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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주의를 아웃소싱 해도 되나요?

  |  입력 : 2021-01-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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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계정이 없어지고, 팔러가 모바일 스토어에서 사라진 것을 두고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셨다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미국 국회 의사당 점거 사건이 크긴 컸나보다. 가디언지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어마어마한 제목으로 사설이 나오더니 뉴욕타임즈는 연일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1면에 싣고, 당시 보안 카메라에 얼굴이 찍힌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올림픽 스타가 이 사건에 참여했다가 몰락했고, 당시 폭도들이 오히려 트럼프의 반대파였다는 음모론까지 나와서 지금도 아마 어딘가 퍼지고 있을 것이다.

[이미지 = utoimage]


그러더니 IT 업계가 경쟁하듯이 반응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차례로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차단했다. 스냅챗과 유튜브도 트럼프의 계정을 전부 삭제했다. 여기에서 구글과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보수 성향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SNS인 팔러(Parler)를 자신들의 스토어에서 좇아낸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는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낼 방법을 거의 다 잃다시피 했고, 팔러라는 새 플랫폼은 사실상 모바일 생태계에서 완전히 축출됐다.

이에 많은 이들이 속칭 ‘사이다’라며 시원해 했다. 그들이 뿜어대는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며, SNS라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던 공해의 원천이 사라진 듯 한 반응들이었다. 감히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장소를 불법적으로, 또 폭력적으로 점거한 사람들에게 있어 당연한 결과였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적을 몰아내긴 했는데, 그 방법이 민주적이었나 하는 면에서는 의문이 든다.

먼저는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몇몇 IT 업체의 운영진 혹은 대표라는 소수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이 어긋난다. 그들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투표를 해서 뽑았다거나,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선거를 통해 선택되는 ‘사용자들의 대변인’이 절대로 아니다. 안드로이드 폰을 수년 째 쓴다고, 혹은 이번에 영입한 신형 아이패드에 크게 만족한다고 해서 피차이나 쿡이 나를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갖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

트럼프의 계정과 팔러를 방출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 건 ‘지금’이라는 특수한 때에 ‘우연히’ 다수의 의견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고 반영한다는 민주적 과정은 결여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 귀에 못이 박히게 배웠던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로지 한줌도 되지 않는 IT 업계의 대표들이 알아서 반응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회사들에 박수를 보냈다면, 당신은 당신의 민주주의를 이들에게 외주를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많은 ‘길들여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대선을 준비하는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사회는 가짜뉴스 등으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해외 세력의 움직임에 방어할 책임을 IT 기업들에 전가하다시피 했다. 거대 SNS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수상한 계정들을 삭제했다고 세상에 발표해 칭찬을 듣고, 정부 기관과 협조하여 공격자들의 인프라를 일찌감치 뽑아냈다는 걸 보도자료로 정성껏 만들어 뿌렸다. 관과 민이 함께 박수를 쳐주니 그렇게 움직였을 뿐이다. 그리고 성과도 좋았던 것으로 현재까지는 평가되고 있다(아마도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리라).

그런 훈련을 받아온 기업들이니 의사당 점거 사태에 놀라 자동반사 수준으로 트럼프의 계정과 팔러를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용자들도 좋아하니 주주들도 만족하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지고, 여러 모로 영리한 결정이었다. 훈련에 의한 반응이든, 사업자의 영민한 결정이었든, 민주주의는 아니었다. 그것이 지금 당장 ‘결과론적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한 모습을 보일 수는 있어도 말이다.

결과는 말 그대로 외피일 뿐,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속속들이 차오르지 않은 채 형성된 외피는 바람의 방향 한 번 바뀌면 쉬이 날아간다. 소수 IT CEO들의 의사 결정이 언제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한 채 우리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보수 세력의 의회 점거가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그들의 계정들과 SNS가 추방되는 건 그 과정마저 민주주의적이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파괴한 것에 가까웠다.

어떤 시스템이고 밑바탕이 되는 원칙부터 하나하나 미련하도록 지켜야 한다. 트럼프의 트윗이 평소부터 꼴불견이었다고 트위터의 삭제 결정을 칭찬할 게 아니라, 그 삭제 과정에 SNS를 이용하는 자들의 ‘민주적’ 참여가 얼마나 있었는지부터 검토하고, 잭 도시나 저커버그 및 그 휘하 경영진의 사업적 판단이었다고 한다면 그 독설 가득한 트럼프의 트윗들이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복구시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민주적으로 없앨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물론 그들이 운영하는 개인 사업이니, 그 플랫폼에 무슨 결정을 내리던 그들의 자유의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SNS를 사회 구성 인프라의 일부 요소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2016~7년도부터 해온 것이 보안 업계다. 댐처럼, 교통 시설처럼, 투표 시스템처럼 SNS를 보호해야 한다고 각종 행사에서 보안 인사들이 외쳐왔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개입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것이 이 주장의 논거였다. 그리고 그러한 논리는 트럼프와 일부 보수 단체의 목소리가 강제로 끊어진 방식 앞에 침묵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로서 SNS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던 보안 업계라면,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참 비겁한 침묵이다.

우리까지 정치공학적으로 약삭빨라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보안의 원칙들을 우리 안에서 미련하도록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이 자사 OS에 몰래 숨겨둔 반독점법 위반 기능들을,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와 상관없이 보안 전문가들이 발굴해 보안의 논리로 접근해 결국에는 고친 것처럼, 외국에서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왓츠앱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움직임을 보일 때 보안 전문가들이 이를 지적하고 대거 탈퇴해 왓츠앱의 결정을 잠시라도 늦춘 것처럼 말이다. 민주주의가 외주로 넘어가는 소식에 마음이 답답할 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자기 할 일을 해 준 보안 전문가들의 이러한 성취들이 위로를 준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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