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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럽은 극단주의를 택했다
  |  입력 : 2019-05-3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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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만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한 시대의 사상이 제일 먼저 시작된다는 유럽 대륙에서 총선이 치러졌다. 그 결과 극우와 극좌가 득세하고 중도주의는 몰락했다. 듣기만 해도 피곤이 휘몰아치는 말이다. 이제 온 세상은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수없이 연습했듯이, 반대 의견을 가진 자들에게 타이핑의 돌을 던지고, 조롱과 비난의 프레임을 씌우기에 더 열을 올릴 것이다. 대화로 답을 찾는다는 게 신기루처럼 멀어진다.

[이미지 = iclickart]


극단주의는 우상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왼쪽과 오른쪽 한 편에 서 있다 보면 공동의 번영이나 화해, 절충과 같은 것이 낯설어지고, 내 스탠스 자체가 옳다는 것, 즉 반대편을 이기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 되는데, 그러한 역할을 앞장서서 해낼 수 있는 강력한 우리 편 인물에 무조건적인 호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치 논쟁이 자주 벌어지는 인터넷 포럼이나 SNS에 가보라. 각 진영의 대표 ‘말빨주자’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그들은 이미 등장만으로 환호나 미움을 받는다. 그러다가 히틀러도 나오고 스탈린도 나온다.

우상화가 만연한 곳에서는 상대의 섬멸이 모든 진영의 기본 덕목이 된다. 우리 민족 외에는 다 몰아내야 한다는 눈 먼 극우들도, 모든 현상과 행동을 관용할 수 없다면 죽일 놈으로 몰아가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자기모순 가득한 극좌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차라리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인 걸까. 자기 신의 이름을 걸고 이족들과 전쟁을 벌이던 먼 옛날의 일들이 과학의 시대라는 때에도 반복되는 걸 막을 수는 없나 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답을 내지 못한 보안의 여러 문제들이 당분간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러리스트의 살상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감청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게 더 국가다운 일일까? 국가가 별도의 연구를 통해 알아낸 취약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그렇다면 국가 내 민간 기업도 그렇지만 적국도 이 정보를 알게 된다), 아니면 따로 보관해두는 것이 옳은가? 시장에서 앞서가는 것 그 자체가 생존 전략인 가운데, 혁신과 보안의 균형은 어느 지점에서 맞춰야 하는가?

유럽 선거가 있기 이전부터 중도주의가 쓸데없는 양비론자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양쪽의 요구를 다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여태까지 감춰진 지혜를 탐구하는 과정보다 한쪽에 치우친 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대에 맞춰 산다는 건 어떤 면에서 가장 쉽고 편리한 거니까. 더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손가락질 받지 않으니까. 어느 쪽으로 가든 극단의 한끝에 서면 내 친구가 잔뜩 생기니까.

유럽은 극단주의라는 신을 택했다. 수년 전부터 예견되어 온 바고, 우리도 어렴풋이 예상했던 결과다. 그 신은 세상을 곧 전염시킬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이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보안은 기본적으로 ‘안 되는 놈들은 도려내고 살 놈들만 살리자’가 아니라 ‘나랑 다르게 말하는 저 놈도 일단 살리고 보자’의 기조를 지켰으면 한다. 당분간 세상과 다르게 가자는 것이다. 손가락질 받더라도, 친구가 없어지더라도, 사는 게 어렵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신과 닮게 된다. 즉 자기의 모습을 통해 실제로 사랑해오고 아껴왔던 신이 몸을 입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극단에 휘둘리는 편안함에 인생을 맡기지 않고, 사람과 생명을 살리는 데 삶을 투자한 사람이라면(보안은 이제 정말로 목숨을 살리는 분야가 되고 있다) 극단주의가 쇠퇴하는 미래에 악귀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 모든 보안인들을 사람으로서, 사람처럼 마주하고 싶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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