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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기술의 혁신, 사회를 위한 헌신의 방향으로
  |  입력 : 2018-05-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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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대학 사상 처음으로 ‘인본사제’라는 자리 마련돼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의 변화, ‘공익의 이름으로’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혁신이라는 것에 다가가는 기술 산업의 방법론이,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동안 혁신이라고 하면 개인과 주주의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미래에도 영원히 사실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과 회사의 이득을 위한 혁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지 = iclickart]


“윤리나 공익에 대해서는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도 혁신을 통해 일정 기간 이윤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것을 추구함에 있어서도 윤리에 대해 집중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법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과 피해를 혁신가나 기업 운영자로서 당신에게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을 발견하기가 힘들 거든요. 내부의 삶도 충실히 채워주는 ‘의미’까지도 같이 가져가려는 게 최근의 흐름입니다.” MIT 사상 최초의 인본사제(humanist chaplain)인 그렉 엡스타인(Greg Epstein)의 설명이다.

가치관은 세대와 세대 사이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발전의 방향이나 성공의 정의가 미래에는 다른 것으로 전환되더라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물론 오늘 날의 지도자들이 비윤리적이거나 사회 전체에 좋은 일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패턴은 대부분, 1) 혁신, 2) 성장, 3) 떠남을 몇 차례 반복하다가 사업에서 은퇴하여 불우이웃을 대상으로 한 기부 활동 및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삶의 후반부에 도달하여 ‘좋은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삶의 중반을 지나오면 생명의 한계와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고, 선대가 남긴 혹은 자기가 믿어왔던 ‘진리’라는 것에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엡스타인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베이비부머나 X세대보다 공익적인 가치와 공동체 전체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보다 일찍 고민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선을 위한 기술 혁신 vs. 기술 혁신 자체가 선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기술적 혁신은 대부분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긍정적’이란,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일정한 시간 내에 완주하기 힘든 거리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돌파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말을 타고 달리던 시절, 누가 하루 안에 수백 킬로미터를 따듯하거나 시원하게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사람이 기술에 더 의존하게 될수록 공격에 더 취약해진다. 비단 해킹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신기술의 매력과 긍정적인 측면에만 매혹되어 있으면, 그것의 부정적인 이면을 놓치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여행이라는 것에 있어 수많은 불가능성을 현실로 바꿔줬지만,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라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다 줬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조금 뒤늦게 깨달았다.

또한 이전에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한 가지 발명 혹은 발견이 금방 모두의 삶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처음 등장하고, 그것이 모두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생각해보라. 그에 반해 새롭게 유행하는 기술이 앱(우버나 에어비앤비)을 통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또한 그것이 시장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해보라. 그러니 긍정적인 면을 보자는 시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잡고, 대세가 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라지만 대세가 되는 의견에 ‘우려’를 내비치면 무시되거나 매몰되거나 집중 포화의 대상이 된다. 부정적인 면은 더더욱 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세대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
모든 세대는 자기가 나고 성장한 시대와 세상에 의해 모양을 갖추게 된다. 또한 모든 세대는 당대에 탄생한 새로운 기술을 목격하며, 그에 대한 영향을 받으며 자라간다. 그러나 최근 몇 세대는 그저 그런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놀라운 수준의 기술적 혁신 속에 태어나면서부터 ‘노출’된 상태로 자라오고 있다. 수십 일을 움직여야 전해질 소식이 몇 초 만에 전달되고, 일부에게는 신앙의 대상이었던 달도 사람의 발아래(완전하게는 아니지만) 놓이게 됐다. 밭을 조금 더 쉽게 갈게 된 것과는 다른 충격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모든 사람이 각종 기기를 통해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규범’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모든 행위가 어디선가 기록되고, 그것이 정보로서 저장되며, 일상의 모든 감정들이 SNS를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게 이제는 당연해졌다.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만나다보면 이들이 꿈꾸는 혁신의 방향이 우리 혹은 이전 세대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공동의 기술, 보다 보편적인 기회 제공을 위한 플랫폼 제공에 관심이 깊습니다. 모두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을 만한 기술을 고민하는 게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보이는 점입니다.” 엡스타인의 설명이다.

“저는 사람들이 ‘모두의 삶’ 혹은 ‘공공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냥 하고 싶어 하는 수준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하고 싶어 못 견뎌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떤 모양이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형태로 변해있을까, 그런 근본적인 궁금함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보다 더 숭고한 목적을 위한 혁신
최근까지도 기술 혁신의 패턴은 이랬다. 1) 발명을 통해 혁신을 꾀하고, 2) 그것을 가지고 돈을 벌고, 3) 뒤늦게 발견되는 부정적인 면들이 부각되기 시작하면 해결하거나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쉬쉬 덮거나 법정 공방을 벌이거나. 무슨 말이냐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측면만을 보고 혁신을 꾀해왔다는 것이다. 자신이 혁신적으로 만든 기술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했다는 뜻도 된다.

“기술 혁신도 그렇지만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일률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해가 되고 삶에 불리하게 적용됩니다. 20세기를 통해 이 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났고, 이제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1세기에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묵과되지 않기 시작할 겁니다.” 엡스타인의 설명이다. “과거의 일들이 재평가 되고, 여기에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들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현대 미국 사회에서 기술과 경영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이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화 변혁 역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세대에서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웃기는 일이 될 거에요. 너무나 당연한 명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와 우리의 변화
한 세대의 모양을 갖추는 건 시대적 환경과 문화이기도 하지만, 미디어도 만만치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 TV, 인터넷, 소셜 미디어가 한 세대를 다듬어 가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미디어는 세대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도구로 변모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에도 미디어의 역할이 지대했다. 최근에는 SNS가 변화를 최전선에서 알리는 채널이다. 그래서 미심쩍은 정보 수집 및 가짜뉴스가 SNS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 사건에 대해 청소년들이 어떻게 대응했나요? TV가 주류였던 저희 세대에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뉴스를 시청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SNS가 대세인 지금은요? 학생들이 ‘우리의 삶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를 시작했죠. 이들은 스냅챗을 통해 대화하고 생각을 나눠요. 그러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기획하고 조직했으며 가다듬었습니다. 물론 거리로 나서는 것이 모든 면에서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미디어의 시대 변화에 따라 세대의 행동 양식도 바뀐다는 것이죠.”

엡스타인은 이런 상황 속에서 MIT의 사상 첫 인본사제(humanist chaplain)로 뽑힌 것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기술적인 재능이 충만한 여기 학생들이, 그 재능과 열정을 올바른 곳에 겨냥해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현장에서 학생들을 사회로 배출하다보니 예상되는 변화가 있다. “이런 젊은이들이 만들어가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윤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이득을 노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또한 단타로 짧게 치고 빠지며 단물만 쏙 빼먹고자 하는 회사들보다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 방법을 추구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상향이 찾아올 거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 사회를 비롯해, 여러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는 아직 최대한 빠르게 높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올바른 사업성이라는 생각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가 빠르게 이윤을 남기느냐에 따라 실력이 평가되고, 그만큼 확보할 수 있는 투자금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캠퍼스의 고민이 사회 속에서 변질될 수도 있고요.”

기술 윤리, 누구나의 필수 사항
그러므로 기술 윤리는 MIT 학생들이나 기술 분야 종사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일면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라도 기술 윤리에 대해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 “단기간적인 성과를 최고로 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차세대 리더들의 변화 시도가 결실을 맺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적폐’라고 부르는 ‘단물 빼먹기’가 지속될 뿐이죠. 캠퍼스의 고민도 결국 한 때의 낭만으로 그치게 됩니다.”

기술 윤리가 아직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례가 최근 있었다. 현재 IT 업계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영향을 미칠 기술은 AI라고 볼 수 있는 가운데 엘론 머스크(Elon Musk), 빌 게이츠(Bill Gates),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는 부정적인 면, 걱정이 되는 면들을 언급하며 경고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철저하다시피 묻혔다. 누가 무슨 걱정을 하든 사회 전체적으로는 AI의 발전만을 지속시키고 있다. 구글의 놀라운 AI 시연 속에서도 이들의 걱정은 언급되지 않았다.

엡스타인은 “걱정이 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그 불편함 속에 내재된 분명한 리스크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것을 이겨내고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의 혁신이라는 건 멈추지 않을 겁니다. 멈춰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기술 변화라는 건 늘 사회적인 영향을 발휘할 겁니다.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영향 모두를요. 그런 흐름을 막으려면 모두가 ‘잠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게 더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어 엡스타인은 “방향을 바꿀 용기가 없다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일어났는가”라며 “단 하나의 올바른 방향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고, 또 우리가 그 방향을 지금 다 찾아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때 멈출 수 있고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겸손한 것이죠. 실수에 대해 대화하고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기술 윤리의 토양을 마련하는 데 중요합니다.”

시장 파괴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가속 중이다. 이런 속도 속에서 윤리라는 요소를 혁신에 끼워 넣을 시간이 있을까? “그렇습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나중에 고치는 것보다,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다 취하는 게 더 저렴하고 효과적이라는 걸 우리는 숱하게 봐왔습니다. 보안 장치를 초기에 마련하는 것이 나중에 패치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죠. 이를 학습해오고 있는 만큼, 기술 윤리가 처음부터 고려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걸 우린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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