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의 핵 폐기를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한국 등 6자회담 중심국들은 관심의 초점인 핵의 완전 폐기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국 등 주변국들이 6자회담에 얽매여 있는 사이에 북한은 사이버전 공격능력을 비밀리에 준비하여 왔음이 드러났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한 이후에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8년부터 시작된 ‘선군정치’를 계기로 권력과 기능을 군사 분야로 이동시키고, 핵·미사일과 함께 ‘선택과 집중’ 이라는 측면에서 효과가 큰 사이버전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북한군 총참 산하 교육기관인 ‘지휘자동화대학’과 ‘김일성군사대학’을 중심으로 사이버전에 대비한 해커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북한은 1999년에 일으킨 1차 서해교전에서 대패한 주요한 원인중 하나가 우리 해군이 보유한 첨단장비를 갖추지 못한 전자전의 열세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이어서 2003년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보여 준 바와 같이 최첨단을 자랑하는 미국의 전자·통신 정보전의 위력 앞에 전투기 한 대도 뜨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장면 앞에서 사이버전의 역량을 키워야 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알려졌다.
지난 7월 정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1998년경부터 북한은 대남공작 기구를 일부 개편하여 당 중심의 조직과 인력을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쪽으로 이동 배치하여 정보전 연구소인 ‘110호 연구소’를 만들어, 사이버 전쟁뿐만 아니라 첨단 전장 지휘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북한은 2000년 초반부터 보다 더 선진화된 외국의 사이버전 능력을 배우기 위해 전산 및 외국어 우수 교육기관인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 산하 ‘전자정보부’ 및 ‘낙양외국어학원’에 군사요원 및 민간 인력을 파견하여 교육을 시키는 등 향후 전개될 사이버전에 대비하여 왔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북한의 사이버전 수행 능력에 대해 2007년 9월 당시에 미국의 사이버 보안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테크놀릭틱스’ 연구소가 주요국의 사이버전 공격능력에 대해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5점 만점에 4.2점, 중국이 4.2점, 러시아가 4.0점으로 상위그룹에 해당하고, 북한은 2.8점의 중간 정도 공격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후 북한은 사이버 전사를 꾸준히 양성하여 현재 북한군 총참 산하 ‘110호 연구소’에 100명에서 200명의 교수 및 연구진이 활동하고 있고, 북한 내에서 자체 개발한 ‘내나라’와 ‘광명성’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운영 중에 있으나, 당·정·군 등 일부 계층에게만 사용이 허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한의 사이버 전사는 1,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범민련 중국본부가 활동중인 심양 등 해외에 사이버 공작조로 나가 한국의 ‘아고라’ 사이트 등지에 침투하여 대남 비방 흑색 심리전을 전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번 ‘디도스’ 사이버 테러 공격에서 1, 2차 공격의 피해가 사이트 접속장애 또는 접속지연 정도였다면, 3차 공격 시에는 공격을 받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 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는 점, 그동안 많은 인원의 해커 및 사이버전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점 등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사이버전 공격수행능력만큼은 2년전 미국의 한 연구소가 발표한 2.8이 아닌 3.5 이상까지 도달할 정도로 선진국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북한 등 주변국의 사이버 위협과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연구소 및 대학과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보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 체계적인 인재양성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하겠다. 정부는 내년 중에 사이버사령부 신설을 발표한 바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된다. 또한 국민들도 사건이 터질 때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평소에 좀비PC 등을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보안’ 관리 마인드를 생활화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글 : 정 진 홍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업보안 MBA 주임교수(jhjeong@assist.ac.kr)>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52호(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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