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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6월 2주차, “연합”

입력 : 2024-06-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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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약진과 희박해진 만델라의 유산...영광과 수치가 공존하는 모디의 취임식까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6월 2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연합’이다. 영어로 하면 보다 정확한데, coalition이다. 연합체 혹은 연합 정부를 의미한다. 후자를 줄여 ‘연정’이라고도 한다. 권좌가 너무나 잘 어울리던 사람 혹은 세력들이 이번 주 와장창 깨졌다. 그러면서 그 당연했던 권력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1. 유럽연합 내에 불어닥친 연정의 바람
주말 동안 유럽연합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앞으로 유럽연합을 이끌어 갈 의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유권자들에게 묻는 절차였다. 선거 전부터 우려되었던 그대로 극우 세력의 약진이 돋보였다. 유럽은 히틀러와 나치 이후 극우를 극혐하는 대륙으로서 수십 년 동안 지내왔었기에, 극우가 다시 힘을 얻었다는 결과가 그 자체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온갖 매체들마다 극우가 부활했다고 헤드라인을 걸고 보도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하지만 ‘유럽’이라는 맥락 안에서 극우가 힘을 증가시킨 게 놀라워서 보도가 유난스럽게 많이 나온 것이지, 유럽이 권력을 차지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유럽 의회는 중도파 중심의 기관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다만 극우가 차지한 의석의 수가 지난 번과 대비해 약 10%p 올랐기 때문에 그 만큼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정도 오른 것이 앞으로 유럽을 어떤 식으로 바꾸게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유럽에서의 극우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정리가 가능하다. 현재의 이민자 및 난민 정책을 강화하는 것, 그래서 난민과 이민자가 덜 편입되도록 하자는 것이 하나이고, 환경 보호를 위해 마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이들은 이민자와 난민에 지나치게 너그러운 현재의 기조가 유럽의 정체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에 의회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이 두 부분에 영향이 생길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보다 가시적인 변화가 벌써부터 일어나고 있으니, 바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정 구성’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한 당이 절대 과반의 표를 획득하지 않는 이상,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을 중심으로 다른 정당들이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한다. 총리는 1등 당에서 배출하고, 주요 장관직은 다른 당에서 나눠 갖는 식이다. 하지만 1등 당이 일정 비율 이상의 표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이긴다면 그 당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럴 때는 국가의 색깔이 하나로 분명해진다.

그렇다고 연합 정부 체제에서 국가의 색이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니다. 결국 1등 당이 총리도 가질 수 있고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질 수 있긴 하니, 그 1등 당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되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영향력이 조금은 희석될 뿐이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자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정의 경우 사회주의 쪽으로 ‘살짝 치우친’ 정부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도 숄츠와 비슷한 성향이지만, 프랑스 내에서 압도적인 표를 차지했기 때문에 현재 프랑스라는 국가는 마크롱의 색깔을 고스란히 가져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상황에서 극우가 힘을 가져갔다. 중도를 외치지지만 왼쪽으로 살짝 치우친 독일과 프랑스의 현 정부는 패배를 맛보았다. 국내 총선이 아니라 ‘유럽의회’ 선거였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각국의 정부 구성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각국의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해 어떤 당을 선호하는지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다음 국내 선거에서의 승자가 미리 나온 것과 다름이 없다. 왼쪽으로 살짝 치우친 중도의 기조를 유지한 독일과 프랑스는 차기 국내 선거에서 패배할 예정이고, 따라서 극우의 입김이 훨씬 센 정부가 다스리게 될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래서 총리들과 대통령들은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연합 정부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국내 선거까지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릴만한 정부를 꾸리겠다는 제스처다. 마크롱만 정면승부를 택했다. 긴급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것인데, 이는 ‘정말 또 극우를 뽑을거야?’라고 묻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런 발표 후 그는 “극우가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게 뭉치자!”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숄츠 등이 다른 정당들과의 새로운 화합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면, 마크롱은 국민들에게 호소하기로 한 것인데,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한 자신감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2. 모디도 연합 정부 신세
유럽연합의 극우가 부상한 것도 충격인데, 어쩌면 더 충격적일 수 있는 소식이 나왔다. 굳건해 보였던 모디 총리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는 것이다. 모디는 누구인가? 이번에 세 번 연속 인도 총리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포퓰리스트로서, 현재 인도 내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지도자이며, 이에 견줄 역대 인도 총리는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Atal Bihari Vajpayee)로, 모디의 정당이자 인도 최대당인 BJP의 창립자 중 하나다. 심지어 BJP의 전신인 BJS의 창당에도 참여한 바 있는 역사적 인물이다. “모디가 세 번 연속 총리가 됐다”는 건 그가 인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과 동급이 됐다는 뜻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하지만 그는 마냥 기쁠 수 없었다. 연정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두 번의 총리 기간 중에는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BJP는 매번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모디는 늘 자기가 원하는대로, 원하는 인물을 앉혀, 정부를 구성하고, 그러면서 자신 스스로를 절대불가침의 영역에 모셨다. 그는 스스로를 인도의 메시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다른 정당은 철저히 무시해왔고, 다른 종교도 비난 받지 않을 정도로만 은밀히 탄압해 왔다. 그런 그의 움직임은 힌두교인들을 더 기쁘게 했고, BJP는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총선의 뚜껑을 딱 열고 보니 모디는 처음으로 다른 당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3연임이라는 역사적 영광을 얻었지만 다른 당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수치도 얻었다. 물론 1등 당은 여전히 BJP다. 다만 충분히 압도하지 않았기에 다른 당들의 목소리도 이제 국정에 반영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취임식에 참석한 모디는 그 어느 때보다 겸손하고 차분한 모습이었다고 여러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스스로를 메시야로 비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인도 매체들은 벌써부터 각 야당들의 움직임을 밀착 치재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인도에서는 이 역시 낯선 상황이다. 모디 집권 기간 동안 매체와 대중의 관심은 오로지 모디 자신과 BJP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면도 있었고, 워낙 BJP가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다 보니 그런 면도 있었다. 모디의 한풀 꺾인 정치는 어떤 식으로 현현할까? 차기 인도 정부에 사람들의 귀추가 쏠리는 건 그 궁금증 때문이다.

3. 만델라의 유통기한, 30년
조금은 덜 알려진 충격적 사건이 또 있는데, 바로 남아공 선거 결과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 세대 전만 해도 악명이 드높았던 국가였다. 그 노골적인 인종차별 정책 때문이었다. 백인 정권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고, 알짜배기 땅들에는 흑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제했으며, 심지어 백인들과 흑인들이 같은 버스에도 타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서 전 세계적인 경제 제재를 받아 몰락했다. 영국과 네덜란드라는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로서 꽤나 강력하게 발전하고 있던 나라였는데, 차별 정책을 버리지 못해 흔한 3류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그런 혼란의 시기에 영웅이 탄생했다. 그 유명한 넬슨 만델라다. 인도에 간디가 있다면 남아공에는 넬슨 만델라가 있다. 차별 정책을 비판하면서 백인 정권과 싸운 정치범으로, 무려 27년이나 감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도 계속해서 싸웠고, 그의 싸움을 국제 사회가 지지했다. 결국 역사의 흐름에 따라 만델라는 석방됐고, 흑인들의 참정권을 얻어냈으며, 남아공 역사상 처음 열린 흑백 통합 선거에서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ANC라는 정당을 이끌고 나라의 수장이 됐고, ANC는 흑인들의 압도적 지지 아래 절대 과반을 항상 넘기는 당으로 군림했다.

만델라가 당선된 것이 1994년이다. 30년이 지났다. 흑인들의 참정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되었고, 만델라 본인은 사망했으나, ANC는 여전히 유일당이나 다름 없다시피 한 권한을 선거 때마다 국민들로부터 부여 받았다. ‘남아공=만델라’라는 공식은 ‘남아공=ANC’로 변했다. 하지만 오래된 권력이 부패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고 입증되었다. 오래된 차별을 깸으로써 꽃길만 걸을 것 같은 남아공은 30년이 지난 지금 하나도 발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슬램가가 늘어나고, 인재들은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고 있다. 만델라에 대한 의리로 ANC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지쳐갔다.

그러더니 결국 이번 총선에서 ANC는 ‘과반 정당’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만델라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이다. 국민들은 “ANC를 버린 게 아니라 벌 주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했다고 한다. 정신을 차리도록 잠시 힘을 빼두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늘 ANC만 업고 가던 대통령이 부랴부랴 연합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너무나 낯선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길게 맛본 이들인지라, 기발한 꼼수를 내놓았다. 보통 여러 나라들에서 꾸려지는 ‘연합 정부’라고 하면 coalition government라는 표현을 쓴다.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는 못했지만 1등을 한 당이, 2등과 3등 당을 중심으로 정부를 구성한다. 그런데 남아공 대통령은 고심 끝에 unity government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unity도 ‘연합’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coaltion과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계획을 들어보면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coalition이 1등과 2등 당이 중심이 되어 연합을 구성하는 거라면 unity는 모든 정당과의 연합을 의미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평하게 참여한 정부!”가 부제처럼 붙었다.

모두가 공평한 정부라니, 매우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coalition 정부를 꾸릴 경우 ANC는 2등 당에도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 2등 당이 반대하면 ANC도 제대로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 coalition을 하면 2등이 정말 2등의 권한을 갖게 되고, 이는 1등이 무시할 정도의 수준을 넘는다. ANC 입장에서는 2등을 견제해야 앞으로가 편해진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에 최대한 많은 당을 참여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2등의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하나의 2등이 아니라 수많은 2등을 만들겠다는 게 unity의 앙큼한 속셈이다.

4. 애플, 적과의 동침을 선택
이번 주 IT 업계의 가장 큰 사건은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였다. 특히 대세 기술인 인공지능에 있어서 시총 1위 기업 애플이 너무나 잠잠했기 때문에 이번 WWDC에서는 뭔가 새로운 게 나올 것이라고 모두가 기대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애플은 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발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애플은 시리(Siri)라는 자체 인공지능 기술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전적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에 시리에 대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뭔가 하나가 더 있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바로 ‘경쟁사’였다. 시리를 향상시키고, 기타 여러 애플의 기존 서비스와 제품들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했는데, 다른 무엇도 아닌 오픈AI의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두 회사는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물론 오픈AI 자체가 이번 발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니었다. 두 시간 발표 중 1~2분 가량만 언급됐으니 말이다.) 아직 시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챗GPT가 하도록 할 것이라는 게 애플의 계획이었다.

챗GPT라면 대중화 된 인공지능 모델 중 가장 똑똑한 것으로 인식되는 모델이다. 그 말은 인기 높은 애플의 장비를 통해 가장 사용성 높은 인공지능이 확산된다는 뜻이 된다. 애플의 장비가 가진 매력 또한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오픈AI는 자사 서비스에 애플의 ‘프리미엄’ 느낌을 덧입힐 수 있으며, 애플은 애플 대로 최근 하락세인 아이폰의 판매량을 되살릴 수 있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발표 직후 양사의 주가는 상승했다.

하지만 보안은 어떨까? IT 업계의 모든 화제를 혼자 끌어다 쓰고 싶어하는 듯한 인물 일론 머스크는 애플과 오픈AI 파트너십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말 챗GPT를 탑재하면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는 모든 애플 장비를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왜냐면 “용납하기 힘든 수준의 보안 침해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도 썼다. 같은 이유로 “방문객들도 애플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면 회사로 들어오기 전에 장비 검사부터 받게 할 것”이라는 글도 남겼다.

그의 비판은 끝나지 않았다. “혼자 인공지능을 개발하지 못할 정도로 애플이 똑똑하지 못하다니, 누가 믿겠는가?”라고 쓰며 “그 애플은 오픈AI의 서비스를 사용해도 고객들이 안전할 수 있다는 식으로 뉘앙스를 풍기니, 큰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오픈AI에 데이터를 넘기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 것도 모르니 내린 결정”이라고도 비판하며 “애플은 고객 데이터의 안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까지 외쳤다(엑스에서).

머스크의 평소 언행이나 이번의 과격한 발언 때문에 묻히는 감이 있는데, 그가 지적한 문제 자체는 생각해봄직 하다. 아직 오픈AI는 챗GPT의 프롬프트에 입력되는 데이터가 전부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삼성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 중 다수가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금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작가와 뉴스 매체 등 창작을 업으로 삼는 세력들은, 자신들의 창작물이 허가 없이 인공지능의 훈련용 데이터로 소비되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여러 인공지능 모델들이 여러 저작권 관련 고소에 휘말려 들었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라는 것인데, 해결책은커녕 문제조차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파트너십부터 공개했으니, 애플 장비 사용자들은 이 부분에서 애플이 어떻게 일을 진행시키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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