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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이 아빠를 만든다 11] 멀리뛰기는 참 멋진 운동이지

입력 : 2023-11-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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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은 의외로 산 지식을 다루는 분야라, 그 안에서 발굴되고 전파되는 중요한 원리와 실천 사항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만 가치를 발휘하지 않습니다. 실생활에서도 보안의 메시지들은 빛을 발합니다. 그것을 아빠의 관점에서 연재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되도록 2~3주에 한 번 24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요즘 너희들 어디서 봤는지 동네 친구들과 멀리뛰기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더라. 멀리뛰기라는 게 단순해 보이지만 시도한 것에 대한 성과가 금방 금방 나타나기 때문에 은근 중독성 강한 운동이야. 뛸 때마다 조금씩 자세를 바꿔주고, 안 뛸 때는 근력 운동도 조금씩 곁들여주면서 스스로의 신체를 여러 가지로 실험해볼 수 있어 재미있지. 그런 재미에까지 도달한 건지, 단순 경쟁심리만으로 폴짝폴짝 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이미지 = gettyimagesbank]


아빠는 멀리뛰기라는 운동이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네가 줄까지 서서 차례차례 뛰고 거리를 재는 걸 멀리서 지켜보면서 기분이 좋았어. 게다가 중요한 규칙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더라. 힘껏 뛰어서 착지했을 때, 최초로 발자국을 남긴 곳이 아니라 뒤로 넘어지거나 주춤한 자리가 최종 기록이 된다는 것 말이야. 먼 옛날 사람들끼리 모여 멀리 뛰는 능력을 경쟁하자고 했을 때, 누가 이런 조건을 가져다 달았는지 궁금할 지경이야. 만날 수 있다면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

너희도 넘어지고 까지면서 경험해 봤겠지만 있는 힘껏 몸을 앞으로 내지를 때 우리 몸은 의외로 가누기가 어렵단다. 힘을 쓴다는 건 응축했던 신체 내 에너지를 폭발력 있기 터트린다는 것으로 우리는 보통 이해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 에너지를 지혜롭게 분배하는 것을 말해. 물론 앞뒤 재지 않고 터트리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앞뒤 재고 적당히 터트리고 뒤에 있을 일까지 도모해야 사는 게 편리해질 때가 많지. 전자를 두고 간혹 열정이네 젊음이네 투지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글쎄, 아빠는 분배를 배우지 않은 힘 쓰기 능력은 혈기일 때가 많다고 봐.

멀리뛰기도 한 번 생각해 봐. 착지할 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아마 최초로 착지 하는 지점 자체를 앞으로 더 보낼 수는 있을 거야. 대신 구르고 까지거나, 심하면 관절을 삐끗하게 되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해서 낸 기록이 얼마나 의미를 가지겠니. 어쩌면 다친 경험이 너무 아프게 다가와, 다음 번 시도에서 자신도 모르게 위축될 수도 있고, 멀리뛰기라는 운동 자체를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르지.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착지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는 편이 멀리뛰기를 좀 더 길게 즐기고, 또 스스로를 꾸준히 단련시킬 수 있는 데 도움이 돼.

나중에 너네가 커가는 과정에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할 때도 이 배분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니, 멀리뛰기를 놀이터에서 연습할 시간이 있을 때 익혀두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상대를 향해 무엇이든 앞뒤 가리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할 때도 있지. 그런 식의 사랑을 낭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 그런 순간을 경험하는 것 자체는 해볼 만해, 한두 번은 - 무르익으면 무르익을수록 알맞게 배분하는 게 더 깊은 배려이더구나. 너희들에게 좋은 아빠가 된다고 하루 종일 너희들과 자전거 타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줄넘기도 연습하고, 숙제도 하면 정말 좋겠지. 아빠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너희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려면 회사 일도 해야 하고, 저녁에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같이 갤 힘도 남겨두어야 해.

최근 아빠가 몸 담고 있는 보안 분야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때문에 시끌시끌 하단다. 컴퓨터로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보통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극히 싫어하는 게 보통이야.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앞에서는 오히려 이 사람들이 자진해서 제한선을 그어 달라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요청하더라. 이 기술이 너무 강력해서 제한선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몰두하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거야. 멀리뛰기를 힘껏 하고 싶으니 착지할 때 뒤로 넘어지면 그 자리를 기록으로 인정한다는 규칙을 정해달라는 소리와 같아.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앞으로 뻗고 싶긴 하지만, 지금 멀리뛰기를 하는 곳이 고운 모래밭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리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거기에 응했어. 아직 법이 다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맞아요, 안전선을 마련하는 게 먼저인 게 맞아요’라고 화답했어. 그것도 인공지능 분야의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세계 28개국 지도자들이 말야. 심상치 않은 강력함이 이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뜻이지.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뭔가 구체적인 규칙이 나오고, 인공지능을 마음껏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제한선이 그려질 거 같아. 그 제한선이 적당히, 현명하게 그어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긴 하지만 현재까지의 방향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아.

너희 아이들을 보고 어른들은 에너지가 넘쳐난다고 부러워하지. 너희들의 조그만 몸이 어른들보다 많은 연료를 담고 있을 리 없는데도 말이야. 실제로 너희들은 같은 이야기를 해도 목소리 톤이 높고, 같은 곳을 가더라도 후다닥 뛰어가. 걸어가는 법이 없지. 그러니 에너지 많은 거라고 어른들은 생각할 수밖에. 하지만 하루를 그렇게 힘껏 지르고 실컷 놀다 집으로 들어와 샤워실로 들어갈 때 즈음에는 차분해지는 너희들을 우리는 잊지. 샤워를 하고 나와 울리는 전화기를 베고 자도 꼼짝하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드는 너희들을 보면서도 말이야.

너희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에너지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야. 신나고 좋은 일에 모든 걸 쏟아붓는 거지. 저녁에 있을 일정을 생각하지 않거나, 일정이 없으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우리는 너희들의 그 빈 저녁을 부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이제 할 일이 하나씩 늘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생기면 자연스레 목소리가 잦아들고 걸어 다니는 일이 늘어날 거야. 너희 몸의 유한한 에너지를 서서히 배분해가는 것이지. 매일 한두 가지에 화르륵 연료를 다 태워버리는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책임을 담당할 줄 알게 되는 것이고, 아빠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해. 너희의 에너지가 필요한 곳은 점점 더 많아질 거니까.

더 멀리 뛰어보도록 해. 하지만 기록을 위해 몸을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몸을 아끼는 방향에서 기록을 갱신하도록 해봐. 몸에 맞는 자세를 찾고, 뜀박질에 필요한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몸을 아끼는 것과 높은 기록을 내는 것이 절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익히는 게 중요해. 거기가 너희의 나아가야 할 지점이야. 혹여 우리 부모들이 인공지능 규제나 표준이라는 것을 통해 안전과 혁신의 상호보완성을 익히지 못해 현 상태를 답보하고 있다면, 건강히 자라난 너희들이 폴짝 뛰어들어와 앞날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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