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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와 보안] 최고 보컬리스트들의 합작품 ‘잠시라도 우리’로 귀 호강시킨 이후

입력 : 2023-10-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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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의 문을 연 명품 발라드를 통해 생각해 보는 보안 업계 이야기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지난 주말 현존하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라 꼽히는 두 사람 나얼과 성시경이 만나 새로운 곡 ‘잠시라도 우리’를 발표했다. 주말 동안 공개된 이번 작품은 불과 며칠 만에 유튜브 백만 뷰를 달성했고(상당 수 기자가 공헌했다고 자부), 대형 언론사들은 벌써 이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따로 노래해도 좋을 사람 둘이 화음을 맞추니 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간증이 영상 밑 댓글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화제 그 자체다.

[이미지 = ‘잠시라도 우리’ 유튜브 캡쳐]


노래를 반복해서 듣자니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르며 살짝 불만이 생긴다. 90년대에도 크게 화제를 모았던 보컬리스트 둘의 콜라보에 대한 기억이다. 바로 이적과 김동률로, 둘은 각자의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을 통해 독보적인 음색을 자랑했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게 무엇이든 유명해지고 팬들이 형성되면 누가 낫냐 논쟁이 일어나는데, 그 당시에도 김동률이 낫네, 이적을 선호하네 하면서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둘이 카니발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앨범을 냈고, 아직도 그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들이 시간을 지나서도 사랑 받고 있다. 이번 나얼+성시경 콜라보의 불만은 다름 아니라 ‘싱글’이라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화음을 한 곡에서만 들어야 한다니, 앨범으로 내면 안 됐을까.

그러고 보니 앨범이라는 걸 구매해본 지가 언제인가. 두 가수가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사람들이 자주 만나는 약속 장소들에는 레코드 가게들이 있었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다 들리는 음악에 반해 카운터로 가서 지금 스피커로 나오는 노래 주세요, 라고 해서 충동 구매를 하곤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그렇게 구매한 앨범이 2006년 다니엘 파우터의 당시 신작이었으니 20년이 다 되어 간다. 요즘은 곡 한두 개로 앨범을 내는 경우가 많다던데, 최소 10곡 이상 꽉꽉 눌러담기 위해 타이틀곡에서 가사를 뺀 경음악까지 마지막 트랙으로 포함시키는 등 애를 쓰던 수십 년 전과는 신곡 발표의 정서가 조금 달라지긴 한 모양이다. 오프라인 레코드 가게들이 사라지고 20년 가까이 음반 구매를 해보지 않았던 기자는 그 정서의 변화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싱글 앨범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 자체를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기자가 몸 담고 있는 인터넷 매체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매체를 한 권으로 접히는 잡지나 신문 형태로 접하던 때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에서 개별 기사로 접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기자만 해도 방금 검색해서 읽은 기사의 내용은 기억해도 그것이 어떤 매체의 것이었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매체가 쌓아온 브랜드 명성이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채 기사의 내용 그 자체만 열람하는 것이다. 그러니 매체의 이름값은 점점 떨어지고, 그러니 ‘매체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캠페인 시리즈’와 같은 기획물들은 힘을 잃고 있다. 단 한 편으로 완결되는 기사들이 읽는 이들의 필요를 더 잘 충족시킨다.

음악 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레코드 가게들이 사라지는 데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흥이 한 몫 했다는 것까지는 20년 가까이 앨범도 사지 않고 신곡도 듣지 않았던 기자라도 알고 있다. 그런 스트리밍 서비스의 장점(그리고 단점)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곡들만 편리하게 뽑아서 목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앨범 단위의 청취 경험을 삭제하고, 좋아하는 곡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도록 한 게 스트리밍 서비스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앨범 단위로 곡을 듣는 게 아니라 개별 노래를 중시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앨범 단위로, 10개 이상되는 곡을 꾹꾹 눌러담을 필요 없이 싱글을 내는 게 유행할 수밖에 없다.

곡을 듣고 또 발표하는 최소 단위가 앨범에서 개별 곡으로 변하게 된 것에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곡 작업이 마무리 되는 대로 빠르게 듣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 하나겠다. 이번 나얼+성시경 조합도 싱글이 아니라 앨범이었다면 일이 너무 커져서 우리는 올해 가을 이런 축복 같은 발라드 하나 없이 지나야 했을지도 모른다. 또 뭐가 있을까. 프로듀싱을 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줄어들어 곡 하나하나가 더 양질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한꺼번에 10개 곡을 만들고 다듬고 익혀야 하는 것과, 한 곡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결과물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다수의 트랙을 명곡의 반열에 올려놓은 ‘명반’들도 존재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사례이고, 아무리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라도 버리는 곡 한두 개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곡 ‘잠시라도 우리’ 역시 그 고도화 된 집중력 덕분에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테이프부터 CD를 거쳐 와서 그런지 앨범 단위로 듣는 걸 선호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지만 역시나 앨범 단위로 듣는다. 가수 구분 없이 좋아하는 곡만 골라 목록에 담아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듣는 음악은 마치 축구를 하이라이트로만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골이 들어가는 순간만을 캡쳐한 것인데, 그것만 모아 보면 해당 경기에서 벌어진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만 축구라는 경기 자체를 관람하는 게 점점 지겨워진다. 90분의 경기 시간을 채우는 건 거의 대부분 하이라이트와는 전혀 다른 ‘패스’이기 때문이다. 서로 공을 주고 받으며 상대의 진영에 균열을 만들고, 그 틈바구니를 재빨리 파고들어 점수를 내는 것이 축구의 전술이자 운영인데 하이라이트에 익숙해지면 탐색전이나 실수 유발이나 수비 진형 흐트러트리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수싸움을 볼 수 없게 되고, 그러면서 축구의 묘미를 잊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지금 프랑스에서는 럭비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말 남아공과 영국의 준결승이 있었는데, 1점 차이로 승부가 났고, 그 1점 차이를 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키커가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키커는 무려 하프라인 근처에서 얻어낸 초장거리 페널티 킥을 성공시켜 지금 국가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럭비 팬들 사이에서는 키커만큼이나 그 팀의 공격수 한 명이 추앙받고 있다. 그 공격수가 상대 팀의 공격수를 번번이 제압하는 바람에 조급해진 상대가 반칙을 하도록 유발했고, 그 초장거리 페널티킥도(그리고 그 시합에 나온 거의 모든 페널티 킥도) 그가 얻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중대한 역할은 하이라이트에 담길 수 없었다.

앨범 단위로 곡을 들으면 우리는 단지 곡 10개보다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린다. 바로 곡의 구성과 순서다. 앨범에 담을 곡을 무작위로 번호 붙이는 프로듀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모든 곡의 제작 과정을 통해 청취자가 듣는 것 이상으로 곡에 대해 낱낱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 이해도를 바탕으로 앨범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1번곡과 2번곡으로 넘어오면서 인사를 하고, 3번곡과 4번곡을 통해 조심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5번과 6번곡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다시 10번곡으로 마무리하기까지, 아티스트나 앨범 제작자가 고심해가며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게 없다고 하더라도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듣다보면 청취자와 아티스트만의 이야기가 생긴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서지원의 마지막 앨범은 노래에 없는 가수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건 베스트 앨범이 따라할 수 없는, 오리지널 앨범들만의 매력이다. 물론 한두 곡 ‘다음 곡 듣기’ 버튼을 눌러 넘기고 싶은 곡이 왕왕 나온다. 하지만 그런 곡들 역시 앨범이라는 전체 맥락 안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고, 그러면서 정이 붙고, 나중에는 즐겨 듣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즐겨찾기로만 들었다면 한 번 듣고 말았을,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꾸준히 들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곡들을 하나 둘 간직하고 있다. 하다못해 그 곡이 끝나면 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는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곡들이기도 하다. 정말 엉망인 곡이더라도 최소한 에피타이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앨범으로 묶어두면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다.

물론 나얼+성시경 조합의 목소리를 주말 내내 듣다가 싱글이라는 아쉬움이 떠오른 건 단순히 양의 문제다. 좀 더 많은 곡, 많은 화음을 두 사람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둘은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목소리’이자 ‘가창력’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 곡의 작곡을 담당한 건 나얼이고 프로듀싱을 담당한 건 성시경이었다. 노래 이상의 작업에 참여한 것인데, 그렇다는 건 이 두 사람 모두 이야기를 할 창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 목소리 좋으니까 그걸로 만족해’가 아니라 직접 만든 음률과, 직접 프로듀싱하여 완성도를 높인 곡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앨범을 만든다면, 곡과 곡 사이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들으며 아티스트와 교감할 수 있었을 기회가 무산된 것이 더욱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여태까지 정보보호 시장은 대중음악 시장으로 치면 ‘싱글’ 위주였다. 어떤 회사는 백신을 개발해 판매하고, 어떤 회사는 방화벽을 제조했다. 또 어떤 회사는 화이트리스팅에 특화된 보안 솔루션을 판매했고, 어떤 회사는 디도스 공격을 방어하는 데 전문이었다. 시장은 마치 온갖 곡들을 사용자들에게 보여주는 스트리밍 서비스 같았고, 소비자들은 이 중에 좋은 것들과 필요한 곳들만 쏙쏙 뽑아서 회사에 적용하면 됐다. 어느 날 특정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백신을 구매하여 깔고, 그러다가 디도스가 유행하면 또 디도스 방어 전문 업체와 계약하는 식이었다. 필요한 것을 그때 그때 찾아서 해결한다는 게 주요 보안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구매한 것들이 너무 많아졌고, 구매 당시 담당자들도 시간 속에서 바뀌는 바람에 관리가 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들 간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고, 그래서 특정 기능은 비활성화시키며 사용해야만 했다. 충돌이 많아지고 비활성화시키는 기능이 늘어난다는 건 솔루션 각자가 제값을 못한다는 뜻, 즉 돈을 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은 한 회사나 브랜드에서 모든 보안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개념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바이러스나 멀웨어를 탐지하는 것에서부터 네트워크 트래픽을 모니터링 하고, 방화벽 규정을 관리하며, 온갖 종류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들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보안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싱글 위주의 시장이 앨범 단위로 개편되고 있다.

중요한 변화다. 예전에는 통합적이면서 종합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하면 ‘우리가 100% 다 해결해 줄게’라는 식의 허세로 받아들여졌다. 소비자들은 신뢰하지 않았다. 보안 전문 업체라면 자기가 잘 하는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게 미덕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파편화 된 전문성을 한 데 모아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고, 그래서 통합 솔루션이나 플랫폼이라는 용어에 ‘허세’라는 느낌을 갖지 않게 되었다. 요 몇 년 동안 보안 업계에 M&A가 활발하게 일어난 이유다. 요즘 XDR이라는 말을 너도 나도 표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두가 곡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가 앨범 제작에 돌입한 것인데, 이 때문에 보안 시장은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로 넘쳐날 전망이다.

보안 업체에 따라 마구잡이 식으로 필요한 보안 기능을 욱여 넣어 패키지화 하는 곳도 있지만, 각자의 철학에 따라 필요한 기능들로 구성한 곳들도 있다. 어떤 회사의 어떤 솔루션을 통합시켰느나를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 회사가 주려는 게 단순 잡탕인지 잘 준비된 디너 코스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왜 OT 보안 업체를 인수했느냐, 라는 질문에 최근 OT 보안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식의 뻔한 답만 뱉는 회사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왕이면 자신의 회사가 그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고, 보안의 영역을 어느 방향으로 넓혀 왔으며, 그런 것이 OT 보안과 자연스럽게 맞물리게 되었다는 설명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쪽에 더 신뢰가 간다. 통합된 솔루션과 솔루션 사이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풍부한가가 잡탕과 코스 요리를 구분해준다는 것이다.

통합 솔루션이나 플랫폼을 내는 보안 업체는 앞으로 많아질 것이고, 이미 통합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그 ‘통합’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런 보안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단순 ‘욱여 넣기’로 점철된 앨범들을 들고 사용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통합 플랫폼을 내놓을 정도로 큰 보안 회사들이 내놓는 솔루션은 이미 다 훌륭하다. 우리가 이제 바라는 건 ‘이야기’다. 아니, 그 솔루션과 솔루션 사이를 메우고 있는 이야기를 얼마나 사용자들에게 잘 풀어낼 수 있는가이다. 통합 솔루션을 구성하는 태도라고도 할 수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진실된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태도니 철학이니 하는 것들이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에 더 나은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어느 덧 강력한 보안이라는 것은 패키지 팔고 사는 1회성 거래를 통해 이뤄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상황은 늘 일어나고, 늘 같지 않으며, 늘 대응을 요구하는데, 이를 과거 한 시점에 발생했던 단일 구매 행위로 전부 해결할 수 없다. 사용자 기업이나 보안 전문 기업이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보안 업체는 사용자가 언제고 물을 수 있고 달려갈 수 있는 주치의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주먹구구식으로 판매만 하려는 기업과는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기왕 시장이 ‘통합’과 ‘확장’의 방향으로 가게 되었으니,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넣어보자. 이야기 풀이 능력이 사용자들의 구매력을 자극할 날이 다가온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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