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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에어비앤비와 카카오톡과 엄마와 나
  |  입력 : 2020-09-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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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목록에 누구나 숨겨둔 염탐 대상 하나씩 있지 않나요?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들여다보게 되는 카카오톡 프로필이 있다. 나의 경우 ‘엄마’와 ‘할아버지’라고 적힌 계정들을 가끔씩 터치해 프로필 사진들을 보곤 한다. ‘엄마’ 계정에는 어떤 남학생의 것으로 보이는 책가방 사진이 올라와 있다. ‘할아버지’ 성함으로 내 카톡에 등록되어 있는 계정은 게임 캐릭터 그림과 ‘오버워치 재미있어’라는 문구로 꾸며져 있다.

[이미지 = utoimage]


통신사에 두 분의 사망신고서를 보내 전화번호를 삭제한 것이 각각 7년, 5년 전이니 새 주인이 생겼어도 한참 전에 생겼어도 당연하다. 당신의 어린 손녀 - 그러니까, 우리 딸아이 - 가 등록되어 있던 프로필이 전화번호를 삭제하고도 한 동안 카톡에 남아 있어 이따금씩 들어가 ‘엄마, 잘 지내?’라는 말을 남기곤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낯선 사진이 올라와 그만 둔 것이 언제였더라.

‘엄마’나 ‘할아버지’와 전혀 다른 사진으로 바뀌는 프로필을 보면서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기도 했다. 오겡끼데스까 말을 걸어볼까. 불쑥 말을 걸어 미안하지만 지금 쓰고 계신 번호에 무뚝뚝했던 아들의 미안함이 베어 있다고. 그래서 이 대화방에서 혼자 수다를 떨고 있었다고. 하지만 어린 학생들일 것이 분명한 새 주인들이 중년 아저씨의 회한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기분 나빠 삭제라도 하게 된다면, ‘엄마’나 ‘할아버지’라는 글자마저 영영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지금은 목록에서 ‘엄마’와 할아버지 성함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직 내 장비 어딘가에 그들의 이름을 좀 더 남겨두고 싶다.

전화기가 아니더라도 통신사 망을 이용하는 장비들이 급증하면서 통신사들은 전화번호를 돌려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사용자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번호들에 어느 정도 ‘사용 제한 기간’이 걸려 있긴 하다. 기자 가족분들의 번호도 새 주인이 생기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흘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기간이 충분치 않던가, 새 번호에 대한 수요가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유명 여행 사업체인 에어비앤비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떤 부부가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하고 있었다. 등록 옵션 중에 ‘전화번호로 등록하기’가 있었고, 이걸 선택했다. 부부는 지난 5월에 새롭게 바뀐 남편의 번호로 등록을 진행했는데, 로그인을 해보니 엉뚱한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편 전에 그 번호를 사용하던 사람의 것이었다. 온갖 신상 정보와 계정 정보도 열람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 사람들이 에어비앤비 측에 신고를 해서 망정이지, 나쁜 사람들이었다면 꽤나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알음알음 이런 일들이 전해지자 왓츠앱(WhatsApp)이라는 유명 메신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음이 알려졌다. 전화번호 예전 주인으로 로그인 되는 경우가 왕왕 신고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두 회사는 화들짝 놀라 이 문제를 수정했다고는 하는데, 얼마나 잘 고쳐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문제가 나타난다는 외신도 있으니 말이다.

이는 전화번호로 사용자 계정 생성이 가능한 모든 웹사이트나 서비스에서 한 번쯤 점검해봐야 하는 일이다. 통신사가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사라진 번호를 재활용하는지 확인을 하고, 그 정도 기간만큼 활동이 전혀 없는 계정들은 잠금 처리를 해두어서 자동으로 복구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정책을 걸어두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용자가 아무리 반가워도, 적어도 그 사람이 진짜 그 사림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계정에 지불 관련 정보가 들어간다면 더더욱 엄격하게.

사용자들로서는 최대한 전화번호가 아닌 다른 것으로 계정을 생성해야 조금 더 안전할 것이다. 완전무결한 방법이야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내가 버린 번호가 1년 후 다른 사람의 것이 되고, 따라서 내가 기억도 못하는 옛 계정들이 그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면 피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최근 들어 전화번호로 계정을 생성하는 서비스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긴 하다.

하필 또 요즘에는 중국의 쓰레기 수입이 중단되는 바람에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이 바다를 덮는 게 지구 공동체의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5G 구축으로 바쁜 장거리 통신망은 떠나간 사람들의 번호로 서서히 뒤덮이고 있다. 사는 게 참 묘하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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