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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 의료용 아니면 인증 불필요 “인증보단 기준 정립 먼저”
  |  입력 : 2020-09-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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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의료기기 법상의 사용목적 아니면 의료기기 아냐”
비의료용인 발열감지 제품을 의료용으로 과대광고 할 경우 문제 커져
K-방역의 선봉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 ‘인증’ 발목 잡혀 수출기회 놓쳐선 안 돼


[보안뉴스 권 준 기자]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의미하는 ‘K-방역’의 핵심제품으로 떠오른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이 때 아닌 의료기기 논란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의료목적이 아니면 필요하지 않은 의료기기 인증 여부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지=보안뉴스]


실제 의료용이 아닌 검역용으로 개발된 특정 발열감지 제품이 의료기기 인증을 받을 경우 해당 제품을 제외한 관련 제품군 전체가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않은 무허가 제품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자리잡을 수 있어 관련 업계와 사용자들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인증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군에 대한 의료기기 인증절차를 중지하고, 의료기기 인증이 불필요한 관련 제품군의 범주를 명확히 하는 한편, 최소한의 품질 및 성능 기준을 정립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기 인증이 필요한 경우는 첫 번째, 의료기기법 상의 의료기기의 정의에 해당되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기기법에는 의료기기를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상해 또는 장애를 진단·치료·경감 또는 보정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대체 또는 변형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임신조절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발열 유무를 감지하기 위한 검역 목적으로 사용되는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 등은 의료기기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는 의료기기의 정의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0. 4.29, 선고 2008도7688, 1993.3.12, 선고 92도811)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판례에서는 상고기각 이유의 첫 번째 항목에서 “어떤 기구 등이 의료기기법 제2조제1항에서 정한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기구 등이 위 조항 소정의 사용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면 되고 객관적으로 그러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가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또 그 기구 등의 사용목적은 그 기구 등의 구조와 형태, 그에 표시된 사용목적과 효과, 판매할 때의 선전 또는 설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애초에 의료기기법 상 의료기기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정의 또는 목적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에 따르면 검역 목적의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은 애초에 의료용으로 만든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기기 인증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의료용이 아닌 제품을 의료용으로 과대 광고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국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발표한 의견서에서도 의료용이 아닌 제품이 코로나 검역을 위한 발열감지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해도 처음부터 의료용으로 오해하도록 광고해서 판매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국 비의료용 제품이라 하더라도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발열자를 1차적으로 분류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두 번째는 현재 식약처의 의료기기 분류기준에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군과 유사한 제품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체온계 품목의 경우도 현행 체온계는 전자체온계, 귀적외선체온계, 피부적외선체온계 3종뿐인데,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은 3종의 체온계와는 제품 목적과 주요 성능, 그리고 환경이 다른 만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온계와 열감지 카메라 제품군의 차이점은 지난 9일 식약처가 발표한 내용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발표에서 식약처는 의료기기인 체온계는 질병 진단 등을 위해 특정 개개인의 체온을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조·사용되는 것인 반면, 최근 열감지 장치, 열화상 카메라, 적외선 촬영장치 등은 항만, 공항검색대, 경기장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열감지를 통해 검역 및 선별하는 목적으로 사용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비의료용 제품인 얼굴인식 발열감지 솔루션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의료기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인증이 필요한 제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면 오랜 기간 제품을 개발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온 관련 중소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검역 솔루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산 제품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K-방역의 핵심 제품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서의 구매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이 의료기기 인증 논란에 발목을 잡힌다면 수많은 수출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실제 피해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발열감지 제품군이 의료기기 인증을 받게 된다면 유사 제품군의 경우 국내 판매나 해외 수출에 있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식약처에서 얼굴인식 발열감지 제품군의 인증절차를 중단하면서 의료기기가 아닌 제품이므로 인증이 필요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거나 제품 기준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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