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의 박사방, 갓갓의 n번방...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온상지’된 이유는
  |  입력 : 2020-03-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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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2014년 모바일 메신저 검열 이슈 당시 ‘사이버 망명지’로 인기
비밀스럽게 범죄 모의 가능해 테러리스트·사이버범죄자들의 활동 근거지로 부상
외국 메신저인데다 보안성·익명성 더해져 한국 성범죄자들의 ‘범죄현장’ 전락
디지털 성범죄 수사 위한 텔레그램 본사와의 협력관계 구축 등 다각적 대책 필요


[보안뉴스 권 준 기자] 24일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이 만든 ‘박사방’과 갓갓이 만들고 와치맨 등이 운영해온 ‘n번방’이 둥지를 틀면서 아동 성착취 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지가 돼버린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로고=텔레그램]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단체방 운영자들과 이들이 피해자들을 협박해서 올린 엽기적인 성착취 동영상을 돈을 주고 구매한 26만 명의 사람들. 이들이 어린 여성들을 노예라 지칭하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집단적 광기를 표출할 수 있었던 텔레그램은 도대체 어떻게 국내에 알려졌고, 왜 그렇게 많은 성범죄자들이 이용하는 메신저가 됐을까?

사실 우리나라에 텔레그램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검찰에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 대응’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린 이후,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사람들이 러시아 개발자가 만든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대거 갈아타기 시작했던 것이다.

카카오톡 등 국산 메신저와 SNS에 남긴 글들이 나중에 혹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한국인들이 카카오톡을 소위 폭파(?)하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일명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텔레그램은 카카오톡을 제치고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 부문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 그 당시 텔레그램이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사이버 망명지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로 유명해진 메신저 앱으로, 2013년 처음 출시됐다. 여느 메신저 앱들처럼 개인 채팅과 단체 채팅을 지원하는데, 그 모든 대화 내용들이 암호화된다는 게 독특한 차별점이다. 이렇듯 보안성이 강화되어 비밀 채팅 기능을 설정하면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락처가 저장된 상대만 연결되며, 대화 내용도 서버에 남지 않고 자동 삭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모바일 메신저 검열 이슈가 잦아든 이후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다시 카카오톡으로 북귀했지만, 그 때부터 텔레그램이 보안성과 익명성을 무기로 국내에서 가입자 수를 늘려왔던 게 사실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상 활동 본거지를 텔레그램으로 옮겨온 또 하나의 부류는 바로 사이버범죄자들이었다. 실제로 사이버범죄자들이 다크웹을 빠져나와 텔레그램에 자리 잡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텔레그램이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대대적으로 앞세운 모바일 메신저였기 때문에 안전을 추구하는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테러리스트들이나 사이버범죄자들이 테러나 범죄를 모의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각국 수사기관이나 정부기관에게는 골치 아픈 플랫폼이 된 것이다.

이렇듯 일부 테러리스트들과 사이버범죄자들은 텔레그램에 채널을 마련해 범죄를 모의했다. 지난 2018년 글로벌 보안업체 체크포인트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범죄자들이 비밀 채널을 개설하고 다크웹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에서는 ‘방’이나 ‘그룹’에 해당하는 것이 텔레그램에서는 ‘채널’로 불린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범죄현장이 된 ‘박사방’이나 1번부터 8번까지의 ‘n번방’도 각각의 채널이었던 셈이다.

특히, 체크포인트는 “범죄용 채널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과 앱을 오히려 범죄자들이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텔레그램은 앱을 설치해서 채널을 개설하거나 채널을 검색해 가입하거나 탈퇴하면 그만이기에 사용성이 토르 브라우저나 다크웹 포럼보다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당시 체크포인트에서는 사이버범죄자들이 텔레그램의 채널을 3등급으로 구분해 활용한다고 예시를 들었는데, 그 방식이 ‘박사방’에서 참가자들을 3단계로 구분해 별도 관리하고 돈도 다르게 받았던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일례로, 화이트 등급은 아주 약간만 위험하고, 그레이 등급은 보다 더 불법적인 요소가 많으며, 일 자체의 난이도도 높다. 마지막으로 블랙 등급은 체포 및 징역 등의 사법적 절차의 위험성이 있는 일로 분류되는 식이다. 이렇듯 조주빈 등 박사방 및 n번방 운영자들도 사이버범죄자들의 채널 운영방식과 거의 흡사하게 방(채널)을 관리해 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텔레그램이 어떻게 국내에 상륙해 인기를 끌었고, 어떤 이유로 테러리스트들이나 사이버범죄자들의 활동 근거지가 됐는지 살펴봤다. 물론 텔레그램의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으로 인해 언론 검열, 사상 통제가 심한 국가에서 개인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온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점을 악용한 테러리스트들이나 사이버범죄자들로 인해 부작용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러시아나 이란 등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번 박사방, n번방 사태가 불거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지가 된 텔레그램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성범죄자들의 왜곡된 성의식과 범죄행위가 사건의 본질이기에 텔레그램이라는 플뢧폼 자체를 문제 삼을 수만은 없다. 다만, 텔레그램의 경우 한국의 성범죄자들이 집단적 광기와 뒤틀린 욕구를 표출해온 분출구가 돼 왔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수사가 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텔레그램 본사와의 협력관계 구축 등 보다 다각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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