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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문제의 스노든 회고록, 서문 전문을 살펴보니
  |  입력 : 2019-09-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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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회고록으로 미국 사회와 보안 업계는 충격...무슨 내용 있을까
본지가 국내 최초 서문 번역해 공개...한국어판 얼른 나오기를 기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이번 주는 커다란 사건이 두 개나 일어났다. 에콰도르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하나, 에드워드 스노든이 회고록을 발표한 것이 둘이다. 본지는 이번 주말 이 부분을 좀 더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먼저 토요일의 주말판인 이 기사를 통해서는 17일 출판된 스노든 회고록 ‘영원한 기록(Permanent Record)’의 서문을 국내 최초로 번역해 공개한다. 일요일의 어록위클리를 통해서는 에콰도르 사건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도할 예정이다.

스노든의 회고록 서문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기자가 직접 번역한 것으로, 다소 매끄럽지 않아도 양해를 구한다. 기자는 굳이 따지자면 스노든의 ‘까’에 가까운 편이었으나 이 서문을 읽고 어느 정도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었다. 언제, 어느 출판사를 통해 나올지 모르지만 이 회고록의 한국어판이 얼른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미지 = iclickart]


“내 이름은 에드워드 조셉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이다. 한 때는 공무원과 같은 자였으나, 이제는 공익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정부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과,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는 걸 깨닫는 데에 거의 30년이 걸렸다. 깨닫고 나서부터는 기관에서 근무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 같은 사람, 즉 CIA와 NSA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스파이로 근무했던 스파이이자 기술자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 힘쓰고 있다.

미국 정보 기관에서의 내 경력이란, 미천한 7년 정도뿐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나라에서 망명 생활을 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는 걸 생각해보면, 7년은 더더욱 짧은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7년 동안 미국의 스파이 활동은 소수를 겨냥한 표적 감시에서 인구 전체를 위한 대중 감시로 변모했고, 이는 미국 정보 기관의 역사상 가장 중대한 변화였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여러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단일 정부가 세계의 모든 디지털 통신을 수집하고, 그 기록을 영원히 저장하며, 언제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공헌을 한 게 바로 나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의 정보 기관은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진주만 공격 이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공격을 본토에서 눈 뜨고 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심리적 타격은 대단했다. 그래서 기관의 수장들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 방법의 근간은 ‘기술’이었다. 정치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들에게는 낯설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나 같은 젊은 기술 전문가들에게 그 비밀스럽고 은밀한 기관들이 문을 활짝 열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만 파고들던 자들에게 갑자기 힘과 권력이 주어진 것이다. 마침 내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 역시 컴퓨터였고, 기회를 빠르게 잡았다. 불과 22세의 나이에 NSA 최고 기밀 열람권을 얻었다. 물론 조직 내 가장 밑바닥인 위치에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CIA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를 시작했다. 동시에 지구상에서 가장 민감한 네트워크들에 내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감독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이나 톰 클랜시(Tom Clancy)의 책만 읽고 있었다.

기관들도 스스로 정립한 규칙을 마구 어기고 있었다. 기술 전문가들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은 절대로 고용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규칙이지만(지금은 준학사까지도 허용이 된다), 나는 그 어떤 학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엄격하게 말하면 난 기관 건물에 발도 들여놓지 못할 사람이었던 것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난 제네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외교관 중 한 명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었지만, 기술직을 수행했다. 유럽에 있는 CIA의 기지들과 네트워크를 디지털화 하고 자동화함으로써 CIA를 ‘미래화’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물론 이 기지들과 네트워크는 미국이 스파이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산이었다. 당시 나와 내 동기들은 첩보 관련 활동을 단순 개량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첩보 그 자체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했다. 그전까지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회담이나 접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정보 전달과 같은 것이 첩보 활동의 핵심이었다면, 우리 세대에게 있어 첩보란 결국 ‘데이터’였다.

26살이 되던 해, 난 델(Dell)의 가짜 직원이었다. 물론 진짜 근무지는 NSA였다. 당시 같은 팀에 있었던 모든 ‘기술 스파이들’ 역시 어딘가 가짜로 소속된 채로 정보 기관을 위해 일했다. 그리고 난 일본으로 파견됐다. NSA의 본부가 핵폭발로 가루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된다하더라도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한 거대 백업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사람의 기록을 영원히 저장해둘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를 당시 나는 알지 못했었다. 그것이 큰 실수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미국으로 왔을 때 난 28살이었다. 파격적인 진급 소식이 있었다. CIA와 델이라는 회사의 관계를 관리하는, 일종의 기술 섭외 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CIA의 기술 부문 수장들과 둘러앉아, 그들의 상상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CIA가 새로운 컴퓨팅 환경 혹은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제공했다. 바로 클라우드였다. 모든 요원들이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든,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 자유롭게 데이터를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첩보의 흐름을 관리하고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 그 첩보를 영원히 저장하는 데에까지 일이 진전된 것이고, 종국에는 언제 어디서나 저장된 첩보를 검색하고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순서로 사태가 진행된 것이다.

이 상황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건 하와이에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29세였고, NSA와 새롭게 계약을 맺고 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 나는 파편화된 임무들만 열심히 수행할 뿐이었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없었다. 내가 여기저기서 완수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어떤 일들이 총체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톱니바퀴는 잔뜩 만들어놨는데, 그 톱니바퀴가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기계를 본 건 하와이에서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기계가 결국 광범위한 감시와 검열을 수행하는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인애플이 자라고 있는 들판 아래, 진주만 시대의 지하 비행기 공장을 개조한 NSA의 비밀기지 속 내 자리에 앉아 나는 내게 주어진 권한을 돌이켜봤다. 전화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거나, 컴퓨터를 한 번이라도 만져본 지구상의 모든 남자, 여자, 아이들의 통신 내용에 난 무한정 접근할 수 있었다. 그 중 3억 2천만 명은 나와 함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었다. 이들의 일상을 이토록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고 저장하는 건 미국의 헌법만이 아니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를 심각하게 위배하는 일이었다.

당신이 지금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내가 그 위험천만한 일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 정보 기관의 내부 문건을 수집했다. 미국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이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고,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기자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 책은 내가 그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어떤 윤리 및 도덕적 고민이 있었고, 어떻게 결정되고 실행됐는지를 상세히 적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삶이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들? 아니, 그것보다 더 크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과, 우리가 신념을 가지고 지키려 하는 것들도 그 속에 포함된다. 나에게 있어 사랑과 신념이란 인간과 인간의 연결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각종 기술들도 나에겐 중요하다. 이 각종 기술 속에는 책도 물론 포함이 되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들에게 있어 ‘연결’이란 대부분 인터넷을 뜻한다.

물론 독성과 음모, 온갖 조잡한 상업술이 가득한 지금의 인터넷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인터넷은, 우리가 처음 접한 바로 그 초창기 시절의 인터넷을 말한다. 그 당시 인터넷이란 지금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넷은 친구이자 부모였다. 국경과 제한이 없는 공동체였으며, 한 사람의 목소리이자 수백만의 목소리이기도 했고, 다양한 종류의 사람과 종족들이 우호적이고 친근하게 살아가는 공동의 개척지였다. 누구나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과 이력, 문화를 부여할 수 있었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러한 익명성(혹은 다명성多名性) 덕분에 거짓보다 진실이 더 많이 발굴되거나 만들어질 수 있었다. 상업성과 경쟁 구도가 갖춰지기 전의 인터넷은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곳이었다. 문제가 없던 건 아니었으나, 선한 의도와 좋은 느낌이 훨씬 강력했다. 말 그대로 개척 정신이 충만하던 때였으니까 말이다. 너무 낯선 표현들인가? 그만큼 인터넷이 변질됐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변질’이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도 아니다. 의식적으로 그러한 방향의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일찍부터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던 소수의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시켜온 결과가 오늘 날의 인터넷이다. 상업 행위를 전자 상업으로 바꾸려는 초기의 성급함은 거품의 시대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새 천년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붕괴가 시작됐다.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돈을 쓰는 것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그들의 관심사가 ‘공유’와 ‘인간적 연결’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걸 돈으로 맞바꾸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해 가족과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그런 말들에 대해 대꾸해주고 싶어 한다면, 기업이 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그런 대화의 중간에 끼어들기만 하면 된다. 끼어듦으로써 상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바로 이 개념에서부터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가 출발한다. 동시에 우리가 아는 인터넷은 멸망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멸망에 이른 건 ‘창의적인 웹’이다. 통일성이나 획일화된 구성없이, 개성 넘치고 각자의 아름다움과 찬란함을 뽐냈던 웹사이트들을 기억하는가? 그 사이트들을 밤새 만들고 끊임없이 운영하던 사람들은 편리함을 약속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지메일 계정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 환경 혹은 플랫폼 속에서도 우리가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당시에는 이 점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페이스북 페이지와 지메일 계정에서 우리가 공유하고 나누는 것들 중 정말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초기에 전자 상거래가 실패한 건, 기업들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관심사를 파악해냈고, 그것을 팔 여러 상품을 고안하고 있다. 그 상품이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위해 그들은 상품 자체인 우리가 좋아하는 것, 활동 사항, 위치, 열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서든 모르고서든 스스로 드러내는 정보들을 그들은 감시를 통해 수집했고, 우리 뒤에서 아무도 몰래 거래했다. 은밀히 움직였던 건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인지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우리는 이제야 이런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프라이버시 강화를 외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감시 활동을 정보와 첩보에 무한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정부들이 장려하고, 심지어 지원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로그인과 금융 거래와 관련된 정보가 아니라면, 온라인 통신을 암호화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보를 가로챌 수 있었다. 기업들에 접근해 고객들에 관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누구라도 감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개국의 정신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이 유혹에 빠져들었다. 사실은 독이 열리는 나무였지만, 그 열매의 달콤함을 한 번 맛보고서는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대규모 감시 체제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대규모 감시의 특성 상 죄를 지은 자보다 그렇지 않은 자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이러한 ‘큰 그림’이 그려지고 그 피해의 단위가 머릿속에서 집계되는 순간 난 공포에 사로잡혔다. 세상이 이렇게 차근차근 변해가는 데 있어 대중들은(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일반 대중을 말한다) 찬성이나 반대의 표를 던지거나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단 한 번도 부여받지 못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그저 감시 체제가 도래하는 데 동의를 하거나 하지 못했다는 게 아니다. 그런 변화가 진행되는 것이 일부러 감춰져왔다는 게 문제였다. 그 모든 과정들이 도입되고 결과가 초래될 때,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일이 꾸며져 왔던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대중들은 물론 대부분의 입법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누구에게 가야 하는가? 어떻게 이걸 설명해야 하는 걸까? 이런 사실을 에두르고 에둘러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어, 변호사나 판사, 국회에서 속삭이기만 해도 남은 생애를 감옥에서 보내야 하도록 정해진 마당에 말이다.

혼란스러웠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 양심과 계속해서 논쟁을 벌였고, 그러는 동안 나는 꽤나 우울한 상태였다. 난 내 나라를 사랑한다. 공직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나의 가족들과 조상들 중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나라를 섬기는 건, 우리 가계의 전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 역시 맹세를 하고, 서약서에 기꺼운 서명을 하고 나라를 위해 일했다. 그러나 나의 맹세와 서명은 일개 정부 기관이나 정부가 아니라 시민 전체를 향한 것이었다.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것이 내 맹세의 근간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일이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수호자는커녕 파괴자의 편에 서서 적극 가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바친 그 시간들과 노력들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기관과 맺은 기밀 유지 서약과, 국가의 기반이 되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나의 상황 사이에서 찾아낼 수 있는 중간 지점은 없는 것일까? 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법을 깨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면 어떤 때인가? 어떤 윤리적 가치관이 나에게 법을 깨도 된다는 판단을 하게 할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나는 답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가 얼마나 법을 남용하고 있는지를 기자들에게 알린다면, 정부의 전복이나 정보 기관의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낳지 않는 수준의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와 정보 기관이 스스로가 정립하고 발표한 그 본연의 가치로 돌아갈 계기만 마련해주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나라에서 보장되는 자유의 수준은 정부가 시민의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느냐로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나는 국가가 지켜야 하는 시민의 권리가 국가의 힘을 제한하는 것을 확신한다. 국가를 무력하게 한다는 게 아니다. 개인의 자유(freedom) – 우리는 이것을 미국 독립전쟁 때는 해방적 자유(liberty)라고 불렀고, 인터넷 혁명의 시대에는 ‘프라이버시’라고 부른다 –를 어느 상황에서 국가가 침해할 수 있고 없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6년 전 내가 앞으로 나선 것도 선진 정부라고 불리는 곳들이 바로 이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책무를 소홀히 여기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나 같은 사람들이나 UN이 사생활 보호라는 프라이버시야말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 6년 동안 그 소홀히 여기는 현상은 민주주의의 쇠퇴로 이어졌다. 그리고 독재 포퓰리즘(authoritarian populism)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의 쇠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건, 권력과 매체의 관계에서다. 투표를 통해 선정되는 국가의 공직자들은 저널리즘을 부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이는 진리의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전면 공격과 부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진실은 거짓과 교묘하게 혼합되고 있으며, 기술은 이 혼합을 극대화시켜 전 세계적인 수준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다. 왜냐하면 거짓을 창조해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몸 담았던 정보 기관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만 해도 이 기관들은 첩보를 조작해 전쟁을 위한 구실을 만들어냈다. 불법적인 정책과 은밀한 사법 장치들을 동원해 납치를 ‘예외적 범죄자 인도’로, 고문을 ‘향상된 심문’으로, 대중 감시를 ‘대량 수집’으로 포장했으며, 나를 중국의 이중첩자나 러시아의 삼중첩자로 모는 데 서슴지 않았다. 최악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며 불평투성이인 ‘밀레니얼 세대’라고 지칭한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스스로를 변호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을 한 때로부터 나는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그들은 나의 원칙과 결단 때문에 충분한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쓰는 것도 한참을 망설였다. 정부의 잘못된 행동을 고발하자는 결심보다, 이 책을 쓰는 고민이 더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등장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허락을 개인적으로 구했다. 그런 과정을 가쳐 타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내가 결정권을 발휘할 수 없음을 실천했다. 정부의 기밀을 누설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정부가 어떤 지점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밝히지만, 어떤 기밀을 공개해야 하는지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언론에만 정부의 문건을 건넨 것이다. 직접 대중에게 문서를 공개한 건 단 한 건도 없다. 나나, 나로부터 정보를 받은 기자들이나, 정부가 어느 정도의 정보는 숨기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민주주의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비밀리에 활동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요원들의 신장이나, 군의 운용 현황은 숨겨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정부 기관들의 민감한 정보는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물론 내가 살아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내 주변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동시에 정부의 합법적인 기밀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나의 할 일이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두 가지의 충돌하는 책임 사이 어딘가에서, 당신은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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