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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백 년 전의 약속: ‘통신의 자유’
  |  입력 : 2019-04-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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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헌장에 기록됐던 ‘통신의 자유’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통신의 비밀과 자유’ 적극 책임져야


[보안뉴스=조현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대한민국 임시정부헌장 제4조. 대한민국 국민은 종교, 언론, 저작, 출판, 결사, 집회, 통신, 주소 이전, 신체 및 소유의 자유를 가진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의 한 건물 귀퉁이에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일본의 박해를 피해 하와이, 하얼빈, 간도 등 해외로 이주했던 그들은 독립의 염원을 함께 이루고자 멀리서 달려왔다. 지난달 본국에서 전국적으로 ‘3.1 독립만세운동’이 열린 사실에 크게 고무된 이들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하고자 했다.

[이미지=iclickart]


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모인 그들은 새로운 정부에 대한 희망과 꿈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하였으며, 훗날 ‘2.8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당시 임시정부 국무원 비서장이었던 조소앙이 이를 하나씩 받아 적었다. 먼저, 하얀 종이의 맨 앞장에 적힌 임시정부의 이름은 ‘대한제국’이 아니었다. 황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나라인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남녀노소의 차별도, 빈부의 격차도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종교, 언론, 출판, 결사, 집회, 통신에 대한 자유를 가진 나라임을 명시하였다. 인류 문화 및 평화에도 공헌할 것이며, 인권에 대한 권리도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렇듯 짧지만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내용으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담긴 ‘임시정부헌장(헌법)’이 탄생하였다.

그 후 100년의 세월이 지났다. 필자는 ‘임시정부헌장’을 보면서 그 많은 내용 중 유독 ‘통신의 자유’를 도드라지게 명시한 부분에 주목했다. 오늘날에는 통신의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100년 전에는 통신 환경이 어떠했기에 신체의 자유와 동급으로 명시하였을까? 독립운동가들이 짧은 헌장에 담고자 했던 통신의 자유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국민들이 통신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임시정부가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했을 텐데, 과연 그 시절 임시정부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1910년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된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하여 강압적인 통치 행위를 하였다. 의병과 독립군을 토벌하고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였으며, 우리 국민의 생활과 사상을 감시했다. 이러한 당시 사회 상황에서 조선인들에게 ‘통신의 자유’를 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행위였고,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100여 년 전만에도 변변한 통신장비가 없어서 사람이나 기차를 이용하여 서신을 주고받고 정보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당시 일본의 지배를 당하던 우리를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유선전화는 물론 무선전신처럼 오늘날 인터넷의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혁신적인 통신수단마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강대국들은 무선전신을 전쟁에 활용하였다. 일례로 1904년에 한반도 인근에서 발발한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함대와 러시아 함대는 서로의 무선통신을 도청하거나 방해전파를 쏘아댔다. 또한, 러일전쟁의 하이라이트였던 대한해협 해전에서 일본 해군 사령관은 휘하 함대를 대상으로 전투를 독려하기 위하여 무선전신을 심리전에 적극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전에는 조선의 경성(지금의 서울)에 남아있던 개화파와 일부 독립운동가들도 일본에서 유학하던 우리 학생들과 전문을 통해 독립운동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았고, 상하이에 있던 동지들과도 제한적이나마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함과 동시에 통신권도 강탈했다. 따라서 전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신전화국은 일본의 소유물이었다. 모든 전문과 통화 내용은 조선총독부와 일경이 검열하였으며, 의심스러운 내용이 발견되면 내사를 진행하였다. 암호전문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의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독립운동가들은 암호 대신에 음어 또는 약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가 일본에 있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역으로 일본에 의해 활용되어 우리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은 위험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몸에 숨겨서 전달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상하이 임시정부의 인사들은 그 무엇보다도 통신의 자유를 절실히 원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당시 임시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모인 27명의 임시의정원 국무원들 모두가 ‘통신의 자유’에 공감하였고, 이견 없이 ‘대한민국 임시정부헌장’에 이를 명시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우리나라는 자주독립 국가이며, 민주화를 통해 이미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인터넷의 사이버공간에 자신의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결코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정보기기와 시스템, 그리고 네트워크는 각종 취약점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우리의 주요 정보를 갈취하고, 그걸 이용해 협박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금융자산이 피싱에 노출되고, CCTV를 통해 우리 집 내부 사정이 속속들이 보여지고 있다. 또한, IoT를 통해 TV, 냉장고, 에어컨까지도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개인 각각의 개인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의료정보, 기업정보, 국가기밀 등이 사이버공간에서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현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사진=보안뉴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카카오톡을 통해 전송되는 돈이 소액일지라도, 우리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의 아이템이 보잘 것 없더라도 이를 무심하게 넘기지 말고 경각심을 가지고서 지켜봐야 한다. 소소한 문제조차 모이고 또 모인다면 커다란 사회문제를 형성하게 되고, 결국 외교적·국가안보적 현안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철도, 교통, 상하수도, 원전 등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기반시설이 사이버테러범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태가 더 지속된다면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국가가 국민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방향타를 잡아주어야 하며, 안전한 지역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의지는 관련 법률이나 대통령의 선언보다 한 단계 높은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을 개정하게 된다면 “국가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국가의 책임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일 발표된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보다 구체화시킬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하루 빨리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을 4차 산업혁명의 리더로, 그리고 디지털 강국으로 인정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작성한 ‘통신의 자유’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기 위해 사이버보안 관련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기울여야 하며,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도 최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통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대한 독립에 헌신하셨던 애국선열 분들께 감사의 뜻을 보내면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자유와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기를 다짐한다.
[글_ 조현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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