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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씨남정기-2] 시골에서 놀던 아들의 은밀한 쉬하기
  |  입력 : 2018-06-2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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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쉬가 급하다며 들어온 아들, 화장실에 뭔가를 남겼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지린내가 은은하게 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아까 둘째 녀석이 동네 형이랑 누나들과 한창 밖에서 놀다가 갑자기 “쉬가 마려워!”를 외치며 콩쾅콩쾅 뛰어 들어온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이 녀석, 어디서 배웠는지 남자는 서서 쉬하는 거라며 좌변기 앞에서 쉬하다가 온 사방팔방에 그 고약한 향을 흩뿌리고 있는 걸 우연히 목격하게 된 게 바로 엊그제 일이었다.

[이미지 = iclickart]


어떻게 보면 그날 웃고 넘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늘 그렇지만 밖에서 노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화장실 문 닫는 것을 생략할 정도로 그 작은 방광의 최대치를 이용하는 아들 녀석은 그 날 자신만의 비밀스런 용변 모습을 아빠에게 들키고 말았다. 좌변기 높이가 어른의 무릎 정도 되니, 아직 내 허리춤에 정수리가 닿지도 않는 녀석 입장에서는 목표물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바지를 내리고, 자기보다 한참 높은 좌변기 구멍에 맞추느라 까치발을 하지만 불안정한 균형 때문에 온 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니 녀석의 쉬야는 갈 길을 잃을 수밖에.

늘 하던 대로 앉아서 쉬하라고 좀 엄하게 말해줘야겠다고 벼르며 예상 쉬야 낙하 지점을 물청소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녀석의 “남자는 서서해야 한다”는 주장에 묘한 그리움이 있었다. 남녀노소 앉아서 하는 것이 화장실 위생상 더 낫다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땐 일개 도시전설처럼 치부했었는데, 첫 아이를 낳은 아내가 산후조리원 원장님까지 대동해 이제부터 앉아서 하라고 요청했을 땐 뭔가 정체성을 거세당한 기분까지 들었던 기억이 났다.

사람은, 평생을 서서 하다가 앉아서 하는 법을 갑자기 처음부터 익힐 땐 좌변기 앞에서 까치발을 든 꼬마보다 더 심하게 방황하게 된다. 기사가 더러워져 가는 느낌이 드니, 화장실에서의 생리 현상을 ‘비즈니스’로 대체해 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렸을 때부터 서느냐 앉느냐에 따라 작은 비즈니스와 큰 비즈니스를 구분해오던 몸은, 모든 것을 앉아서 하라는 급박한 통일 명령을 내렸을 때 분별력을 잃는다. 그래서 작은 비즈니스를 해결하러 앉았다가, 원치도 않았던 큰 비즈니스까지 시작하(되)곤 한다.

물론 몸의 적응력이란 의외로 높아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처음 몇 주 동안은 곤혹스러운 경우가 왕왕 발생했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집에 부모님들이 방문하셨을 때, 평소였으면 충분히 참고 버티며 가장 깨끗한 상태의 개인 공간을 제공해드릴 수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시작된 큰 비즈니스 때문에 허둥지둥 환기를 시켜야 한다든지, 바로 다음 사람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다음 순번을 예약하며 서두르라고 재촉했음에도 몸이 분별력을 잃을 때가 그랬다.

첫 아이를 양육하면서 습관을 바꾼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두 번째 사례가 많았다. 어린 아가들은 의외로 화장실에 가서 해결해야 할 긴급 상황들을 자주 만든다. 아빠가 화장실 안에서 작은 비즈니스가 큰 비즈니스로 바뀌어 당황하는 순간, 밖에 있던 아가는 먹던 분유를 토한다거나, 기저귀를 가는 순간 실례를 한다거나, 뭔가를 온 몸에 뒤집어쓰고 놀기 시작했다. 일일이 기억나진 않지만 아내의 다급한 화장실 문 노크 소리는 지금도 귀에 선명하다.

그러고 보니 이 시골 동네에선 아직 앉아서 하는 게 청결하다는 도시전설이 수입되지 않았나 보다. 아들 녀석은 밖에서 친구들과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우리 집에서는 멸종된 옛 습관을 복고시킨 것일까.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녀석이 말이다. 아빠도 옛날엔 그렇게 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 말이란 게 시원치 않으니, 이 화장실 가득한 지린내로 뭔가 자기 딴에는 새로운 사상을 전파하려는 걸까.

그 시점부터 고민이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지린내를 유발했다고 혼낼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으로는 앉아서 하는 게 더 청결한 게 사실이니 이제부터 너도 아빠처럼 앉아서 하라고 가르쳐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 녀석 친구들도 한 번 불러서 설명을 다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혹시 부모님들에게도 알려줘야 할까? 도시에서 도망쳐 온 이방인이 시골에서 일대 화장실 문화변혁을 일으켜야 하는 걸까? 그걸 위해 난 미리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던 걸까? 앞으로 스마트시티다 뭐다 해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 남자 아이들이라도 앉아서 하는 걸 교육시키는 게 미래 적응을 위해 더 낫지 않을까?

물청소를 하다 화장실 바닥에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물음표는 끝도 없이 떠올랐다. 그래도 사람의 성장에는 과정이란 게 있는 건데 오랫동안 서서 해온 남성의 역사를 다 잘라 버리고 처음부터 앉아서 하도록 가르치는 게 맞는 걸까? 과정들 하나하나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우리는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잘난 과학적 청결 하나에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잘라버릴 자격이 나에게 있는 걸까? 게다가 공중화장실에서는 아직도 서서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말이다.

결국 서서 하는 걸 가르치기로 답을 냈다. 화장실의 청결도 중요하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중간에 발생하는 과정들 하나하나의 작용과 효과를 전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더 크게 다가왔다. 그것이 시행착오라고 할지라도, 한참 자라나는 이 꼬마 녀석에게도 모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곳 문화를 내가 어떻게 억지로 바꾼단 말인가. 또한, 도시화가 이곳에 도달하는 것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몸이 적응해내는 시간이 아무래도 더 짧을 수밖에 없다. 인간 이해력의 한계와, 인간의 몸이 부여받은 적응력을 동시에 믿기로 했다.

별만 환하게 빛나는 깜깜한 밤, 뒷산에 마련한 텃밭에 아들과 함께 올라 서서 부자방뇨(父子放尿)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아들이 밟고 올라 설 수 있는 작은 의자를 좌변기 앞에 가져다 놨다. 서서할 수 있을 때, 서서해라, 인마.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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