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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다반사] 자동차세 연납제도와 인텔 CPU 사태
  |  입력 : 2018-01-0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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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다 내면 10% 감면해주는 자동차세 연납제도의 구수함
세 회사 CPU에서 문제 나왔을 뿐인데, 영향력은 전 세계라니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자동차세 연납제도가 자동차 소유자들 사이에서 오늘 작은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1년에 두 번 나눠 내는 자동차세를 1월 안에 다 내면 10%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 번에 낸다고 해도 두 번에 나눠 받는 게 유행인데, 정부기관들의 이러한 정책이 촌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무엇보다 CPU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그런지 아직 세상이 다 변하진 않았어, 라는 안도감이 든다.

[이미지 = iclickart]


IT 업계는 ‘CPU 게이트’로 난리도 아니다. 인텔, ARM, AMD라는 세 개 칩셋 제조사들의 물건에서 나온 결함인데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컴퓨터’에 영향이 있다고들 말한다. 누군가 전 세계 컴퓨터 시스템을 쥐락펴락 하고 싶다면, 이 세 군데만 어떻게 뚫어내든 물밑 작업을 하면 된다.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돌아오는 대가가 나쁘지 않다. 전 세계 컴퓨터라니 말이다. 한 움큼도 되지 않는 회사들에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극단적으로 종속되어 있었을까.

여태까지 기업들이 외치는 목소리라고는 ‘당신의 지갑을 여세요’뿐인 줄 알았다. 동대문 시장 어귀에서 울리는 상인의 성대나 애플의 마음 흔드는 세련된 감성 광고나 똑같이 들렸다. 교묘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노골적이었다. 끼워 팔고 패키지로 팔고 ‘원 플러스 원’으로 팔면서, 단가가 낮아졌으니 안 사면 손해라는 전략이 먹히는 시대에서는 말이다. 결국 계산대 앞에 섰을 땐 원하던 것보다 돈을 더 쓰게 만드는 마법. 이 방식이 유통기한을 다한 걸까.

이젠 돈 조금만 내도되고 심지어 안 내도 되니, 그냥 우리가 만든 거 써달라고만 한다. 당신 집에 물건 놔줄 테니 매달 아주 적은 돈만 내고, 쓰고 싶을 때까지만 쓰라고 한다. 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대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할부를 적극 권하는 것과 신문 구독료를 내라는 것의 중간 어디 즈음에 이 묘한 소비 유도 행위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소비의 매개가 목돈에서 잔돈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한다. 목돈을 한 번에 받으면 기업이 그 돈으로 다른 사업이나 투자를 할 수 있어 더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님들이 부담되시니 그러한 기회들을 과감히 날리고 푼돈을 그때 그때 받겠다고, 고맙게도 선심을 써주신다. 왕 대접 하신단다.

하지만 기업들이 트렌드를 바꿀 땐 반드시 돈 뜯어낼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구독 경제’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부담 없는 잔돈만을 내는 것 같지만 ‘시간’이라는 재화도 함께 지불한다. 시간의 끝에 있는 ‘미래’는 부록처럼 따라온다. 기업은 지갑만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도 욕심내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므로 소비자의 시간이 어떤 원리로 기업에 이윤으로 환원되는지 다 풀어내진 못하겠다. 다만 ‘시간을 준다’는 것은 반드시 ‘종속’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연애를 할 때나 아이를 키울 때, 사랑하는 상대에게 가장 많이 가져다 바치는 것이 ‘시간’인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단하다. 다만 인간관계에서야 시간과 함께 ‘감정’이 커가거나 소모되지만, 소비자와 생산자 관계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돈’이 흐르기 마련이다.

우리가 세 개의 칩셋 제조사들에 종속된 만큼 그들이 얼마나 부를 쌓았는지를 보라. MS와 애플은 또 어떤가. 말 많고 탈 많은 윈도우에 종속되어 있는 동안, 사과 씹다 만 로고 달린 기계에 종속되어 있는 동안 그들은 세계 최고의 부자 기업이 되었다.

누군가 부자가 된다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이번 CPU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전 세계의 부인할 수 없는 종속성’에 화들짝 놀랐을 뿐이다. 촛불 시위에, ‘택시운전사’에 ‘1987’로 이어지는,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위대한 철학이라고 각광받는 시대 한 가운데 살면서 나도 모르게 자유는커녕 특정 세력에 종속되었다는 것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난 과연 내가 믿고 아는 대로 살고 있는가? 난 내가 믿는 것들을 지켜내며 살아갈 수 있는가?

더 무서운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럼에도 인텔, ARM, AMD의 칩셋의 대체제가 없다’는 현실적인 결론만 나온다는 것이다. 스스로 칩셋 회사를 차리거나 특수 제조 컴퓨터를 사용해도 될 만큼 막강한 부나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 컴퓨터나 기기를 사용해야만 일을 하고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들로부터 해방될 수가 없다.

이들이 주는 기술적 편리와 문명적 혜택을 감안하면 종속되어도 괜찮지 않느냐, 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았던 종속성의 결과를 한 번 보시라. 내 의지대로 결박을 풀어낼 수 없다. 더 심한 취약점이 앞으로 나올 칩셋에 섞여들든 말든 그저 주는 대로, 그저 싸게 쳐주는 대로 넙죽넙죽 감사합니다 받아 써야 하는 게, 무려 ‘자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꿍꿍이를 모르고 수년을 공짜 콜라를 물 대신 마시던 사람들과 내가 뭐가 다를까.

1월 6일 애플의 주요 지주들 중 두 단체가 애플에 서한을 보냈다. 보낸 이는 헤지 펀드인 자나 파트너스(Jana Partners LLC)와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 연금 기금인 캘스타스(CalSTRS, 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였고, 서한의 내용은 청소년들을 위해 아이폰 중독성을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부모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이 두 단체는 20억 달러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 때문에 돈을 잘 버는 곳이다. 또한 중독은 종속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이 서한은 ‘너네들 때문에 돈을 벌긴 하지만, 그래도 중독과 종속성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메시지다. 각종 애플 기기와 주식 등 애플이라는 회사가 주는 달콤한 것들, 달콤해서 더 중독성 강한 것들에 더는 종속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한 내에 통제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소비자의 완전 종속을 꿈꾸는 기업의 의도와 그로 인해 변해가는 소비자의 소비 행태라는 큰 그림 속에서 오히려 이는 더 자유롭겠다는 목소리라고 읽어야 한다.

더 많은 주목을 끌기 위해 오히려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더 깊은 단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소금을 수박 위에 뿌리듯, 자유하기 위한 통제가 있을 수 있다. 문틈에 자꾸만 손을 끼우려는 아이를 단단히 혼냈을 때 그 아이는 무사한 손가락으로 더 자유롭게 재능들을 빚어갈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정 반대의 것들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CPU 사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우린 생각보다 어딘가에 단단히 묶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끈을 더 바짝 옥죄이고자 하는 시도들은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그리고 애플까지 왜 TV 영상 콘텐츠물에 집착하겠는가. 하하호호 영상물만 바라보며 당신이 조금 더 그 소파에 앉아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 영상을 제공하는 자기 회사에 단단히 종속되길 바라며 매듭을 조이는 중이다. 겉으론 ‘자유’를 노래하게 하고, 뒤로는 결박을 다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네오’는 어디에 있을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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