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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다반사] 업비트 시세 지연 사태와 초 단위로 살기
  |  입력 : 2018-01-0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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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단위로 바빠지는 삶...우리 몸은 초 단위를 견디지 못하는데
1초도 놓치지 않으려는 보안 업계, 혹시 힌트가 있을지도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정초. 덕담을 자주 교환하는 때다. 덕담의 주요 속성 중 하나는 듣기에 좋긴 한데 정확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는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복스러운 말은 무슨 복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자수성가하신 분들이 쓰신 자기계발서의 단골 멘트 중 하나인 ‘모든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자수성가 하고 싶은데 1초, 1초를 소중하게 세어가며 사는 법이란 도대체 뭐란 말인가.

▲ 누군가에겐 피할 수 있는 미래 [이미지 = iclickart]


다행히도 여태까지 우리네 삶이라는 건 굳이 매초를 손꼽아 세지 않아도 되었다. 해가 뜨고 하루가 저무는 궤적에 따라 하루 단위만 충실히 살아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 굳이 자수성가를 꿈꾸지 않아도 모두가 초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살아야 할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오늘 업비트에서 발생한 접속장애(일각에서는 디도스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업비트 측은 부인했다)로 시세 반영을 ‘수초’ 늦게 했는데, 이로 인해 난리가 난 것을 보면 말이다. 대부분 우리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쩐’의 가치가 초마다 바뀌는 암호화폐 때문에 우린 드디어 선택받은 자들만이 누리던 ‘1초 1초 소중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다.

사실 디지털 세상이 우리 삶을 잘게 쪼개놓은 현상은 진작부터 발견되곤 했다. 99라는 숫자가 00으로 바뀌면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았던 Y2K 버그 사태 때, 모두가 얼마나 숨죽이고 밀레니엄이 변하는 그 1초의 순간을 지켜봤던가. 게다가 윤초 버그라는 것도 있다. 지구의 자전은 점점 느려지고 있는데 디지털 세상의 시계는 에누리 없이 앞으로 가기만 하기 때문에 생기는 ‘시차’가 바로 이 버그의 정체다. 실제 시간과 디지털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바로잡아줘야 한다. 그러면서 이따금씩 우리는 몇 년 전보다 1초를 더 산다는 사실을 기억하곤 한다.

이처럼 삶이 디지털화 되어가니 ‘초 단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지간히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날로그한’ 몸의 감각은 아직 1초 1초를 다 꼽지 못한다. 그렇다고 시계만 보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디지털 세계의 ‘안전’을 담당하는 보안 분야에 힌트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있다. 현대의 보안 업계에도 ‘매초’를 강조하는 덕목이 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 1만여 곳 은행들이 필수로 도입하기 시작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즉, ‘1초도 쉬지 않는 감시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보안은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완전무결한 방어막을 씌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보호막을 해커들이 너무 우습게 뚫다보니 요즘은 ‘피해가 커지지 못하도록 이미 침투한 해커를 최대한 빨리 내쫓는 것’이 되었다. 즉, ‘1초도 쉬지 않는 감시’ 뒤에는 ‘해킹은 이미 당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있는, 보안의 자존심 상하는 현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회사, 운이 없어서 당했어’라든가 ‘하고 많은 회사 중에 하필 우리를 공격할 건 뭔가’라는 토로를 듣기 힘들어졌다. 공격자들도 요즘은 표적형 공격에 집중하고 있지, 우연히 누군가 걸려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공격자가 우연을 바라지 않으니,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어자들도 ‘우연’이라든가 ‘운’이라는 걸 버리기 시작했다. ‘해킹은 이미 일어났다’는 것은 ‘당할 만하니 당했다’는 뜻으로, ‘우연’이나 ‘불운’이라는 요소를 없애버리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운에 기대지 않는 자세로, 1초도 쉬지 않고 네트워크를 모니터링 하려면 1초도 쉬지 않고 네트워크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요원들이 필요하다. 그것도 교대근무를 시켜야 하니 여러 명 필요하다. 인건비가 올라간다. 게다가 사람은 아직 눈도 깜빡여야 하고, 하품도 해야 하고, 물도 가끔 마시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 그래서 이를 기계에게 맡기기 위한 솔루션들이 개발되고 있고, 그런 와중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신기술 중 하나가 행동 패턴 분석과 인공지능이다.

동시에, ‘지켜봐야’ 하니 네트워크를 좀 더 직관적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가시성’이란 분야도 더 상세히 파헤쳐지고 있다. (정말 ‘눈으로’ 지켜보는 건 아니다.) 덕분에 앞으로 대세가 될 클라우드의 보안 문제도 ‘가시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보고 있는 중이다. 요는, 1초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인정할 건 ‘쿨하게’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걸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 이걸 1초 1초 소중하게 살아야할 운명에 처한 우리 자신에게 적용해보자.

먼저 ‘쿨하게’ 인정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식이든 웨어러블이든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 대부분은 1초라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해커들이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을 전제하듯,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1초는 지나갔다는 걸 인정하면 속이 좀 편해진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 보안 업계가 그러했듯 ‘우연’이라는 요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바꿔 말하면 ‘세상이 미쳐가고 있어’나 ‘에라, 모르겠다’ 대신 ‘살 길이 있으니 이런 상황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기자의 10년 경험상, 우연이라거나 재수가 없었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은 대부분 맥아리가 없었다. 1초를 살기는커녕 하루를 생존하는 것만도 기적처럼 보일 정도로 활기가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 말들을 할 때 느끼는 감정들을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우린 보통 더 이해해보기 귀찮을 때, 관심이 없을 때, 믿기 싫을 때, 주변 상황이나 자기를 되돌아보기 싫을 때 ‘운이 나빴어’라고 하니까.

우연성을 포기하고 당할 만하다는 걸 인정한 보안 업계에 쏟아진 인공지능, 가시성, 클라우드 등등의 신기술은 공부에 대한 부담도 되지만, 새로운 시대를 기대케 하는 축복이기도 하다. 축복까지 아니더라도 새롭고 신선한 도전거리는 충분히 된다. 정말로 1초 단위를 우리가 살아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에 기대는 일말의 습관이라도 버려 그런 때를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린 몸속 구석구석에 좁쌀만 한 칩을 박고 나이 들어 후유증을 견디거나 기계를 둘둘 감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인간성 없는 미래도 괜찮다면 할 말이 없지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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