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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화폐로 정착하려면 아직 더 많은 실험 필요
  |  입력 : 2017-09-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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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 위해 규제 필요하나 기술 혁신 막는 장애물 될 수 있어
현재는 기술과 환경 성숙시켜야 할 시점...성공한 코인 만든 후 규제 해도 늦지 않아


[보안뉴스= 김형중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2014년 일본의 거래소 마운트 곡스에서 고객의 비트코인 75만개와 고객의 돈 2,800만달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회사의 비트코인 10만개도 없어졌다. 이 사고로 일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미지 = iclickart]


게다가 일본은 결제에서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선호하는 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으로서는 선진국형 전자결제 문화를 주도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비트코인이다.

올해 4월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각종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화폐 가치를 이전하는 것이 지급결제다. 2015년 독일이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후 두 번째 사례다. 물론, 영국은 비트코인을 ‘민간화폐(private money)’로 인정하고 있다.

상품으로 볼라치면 비트코인을 사고 팔 때 거래세를 내야 한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로 보면 거래세를 내지 않는다. 천 원짜리 지폐를 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꿀 때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트코인이나 원화나 둘 다 같은 화폐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법정화폐인데, 다른 하나는 국가의 권한 밖에 있어 당장 공식화폐라고 인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비트코인을 다른 화폐로 교환할 때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일본은 거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부과했지만 7월 1일부로 폐지했다. 이전에는 일본이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봤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은 지금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급결제 수단으로만 본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은 지급결제라는 관점에서 신용카드나 수표와 비슷하지만 지급, 청산, 결제의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 즉시 전자적 송금이 가능한 화폐다. 국가가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최근 50개의 거래소가 등록을 신청했고, 최초로 코인체크가 선정됐다. 등록된 업체는 가격변동성을 보고해야 하며 고객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자금세탁, 불법해외송금, 마약거래, 무기밀매, 불법단체지원, 탈세, 뇌물 등에 악용될 수 있어 관련기관들이 가상화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서 고객신원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차단(CTF) 방안은 곧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입장은 매우 어정쩡하다. 9월 1일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 당국의 기본 전제는 가상화폐를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코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코인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본인확인, 의심거래 신고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래형 화법이므로 아직 규제의 칼을 빼든 것은 아니다.

또한, 지분증권·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ICO에 대해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 계획이 실효성을 거둘 지 의문이다. 지금도 ICO는 대부분 스위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유치와 글로벌 코인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데는 국내보다 스위스나 캐나다가 더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김형중 교수

대책회의 결과를 보면 요즘 코인 광풍이 지나쳐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렇지만 보도자료에 포함된 유사수신행위 처벌은 지금도 잘 되고 있다. 실명확인 등은 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ICO는 코인을 선불 구매하는 것일 뿐 분산환경에서 합의에 의해 움직이는 코인의 특성상 지분이나 의결권 확보와 무관하므로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금융질서 확립이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는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역사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화폐로 정착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꽃망울도 틔우기도 전에 싹을 자르려 하면 곤란하다.

코인마켓캡에 올라 있는 865개의 코인과 245개의 자산 중 한국의 코인 제품이 하나도 없다. 한국의 코인기술 수준이 마치 한국의 금융수준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규제의 칼을 먼저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기술과 환경을 성숙시켜야 할 시점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코인 하나 정도 만든 후 규제를 해도 늦지 않다. 선진국도 아직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규제의 선진국이 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글_ 김형중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khj-@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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