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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정보가 화폐인 때의 소비자 권리
  |  입력 : 2017-06-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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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혈액인 개인정보를 둘러싼 기묘한 흐름
단물 제공하는 기업들, 분명히 다른 대가 챙기고 있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려하지 말되,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아는 듯이 널리 이롭게 하라.’ 이 얼토당토않은 현대판 홍익인간은 이른 바 지능정보사회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것의 목표점이다. 그 자체로 이상한 말이지만 사용자를 왕처럼 모시고, 사용자의 권리를 한껏 드높이라는 맥락에서 풀이되고, 연구가 이뤄지고, 투자자가 생기고, 매체들이 열심히 받아 적고 있다. ‘모른채로 잘 알아야 한다’는 본연의 모순은 아무도 들추지 않는다.

[이미지 = iclickart]


사실 저 위 문구도 ‘마스킹’ 처리가 한 차례 된 것이다. ‘사용자’는 원래 ‘소비자’여야 한다. ‘지능정보사회’나 ‘4차 산업혁명’의 밑바닥에는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의 영원한 미션, ‘광고 노출’이 은밀히 흐르고 있다. 지난 모든 산업혁명을 보면 명백해진다. 전부 돈 벌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었다. 더 빨리 나르고(1차), 더 많이 만들고(2차),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3차) 애쓴 이유는 무엇이던가?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자원의 쏠림 현상 뿐이었다.

세상의 모든 요소를 연결시키고, 값이 내려간 센서들로 세상 모든 것을 지켜보고,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정보들을 가공해 전에 없던 서비스를 창출해내고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건,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꼼꼼히 훑겠다는 말일뿐이다. 테슬라가 자사 커넥티드 카 고객들의 통신료를 전부 부담하는 건, 고객들의 온갖 정보를 가져가 미래의 잠재 고객들을 더 확보하기 위함이다.

기업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IT 기술의 사용자라고 명명되고 있는 소비자들이, 그 권한이 하늘을 찌를 듯한 왕들이, 사실은 벌거벗은 임금과 같은 농락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려고 했던 물건의 위치가 안내되는 서비스’나 ‘인터넷 서핑을 하면 내가 평소 관심을 가지던 물건들에 대한 소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환경’이 정말로 필요한가, 생각해볼 틈도 없다. 반대 의견을 내놓을 공간조차 없다. 직공들이 무슨 옷을 만드는지, 그저 방 근처에서 미싱기 돌아가는 소리만 나면 좋은 옷이 나오겠거니, 임금님은 기대만 하고 있으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산업혁명 덕분에 우리는 증기력을 이용해 더 빨리 멀리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철강을 더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인류 전체의 발전을 꾀할 수 있었으니, 석탄으로 인한 공해의 시작과, 가속도가 붙은 제3세계 식민지화와 거기에서 파생된 인종 차별 문제, 노동 계층의 극빈한 생활상과 아동 노동 문제는 하찮은 부작용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면 말이다. 소비자들에게 정말 그렇게나 빠른 물품 조달이 대량으로 필요한가라고 묻고, 소비자가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라고 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상황이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직전 혹은 와중에 있는 소비자로서, 정말 당신의 브라우저에서 당신의 관심사가 듬뿍 반영된 서비스와 물건들이 틈 날 때마다 소개되었으면 하는가? 정말로 아디다스가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소량으로 싼 값에 생산해주었으면 하는가? 263인 발 크기를 가지고 있기에 대량 생산되는 260과 265 모두 그렇게나 불편한가? 그것이 이른 바 산업혁명이라는 것들이 만들어온 여러 사회적 부작용들을 가볍게 느껴지게 만들만큼 중대한 문제인가?

아직까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광고인지 아닌지 애매한 콘텐츠가 두께의 절반 이상이라 읽을 게 없는 잡지, 더 이상 네티즌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블로거들, ‘더킹’처럼 양복 브랜드 광고가 영화의 탈을 쓰고 상영되는 현상은 차처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자 한다. 내 취향을 잘 아는 매장, 내 관심사를 잘 아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내 운전 습관이나 자동차 라이프를 잘 아는 제조사는 어떻게 성립되는 걸까? 나에 대한 정보, 즉 개인정보를 그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기업들이 별별 도구들을 써가며 개인정보를 알게 모르게 수집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는 것이다. 고스터리(Ghostery)라는 플러그인을 설치해보라. 내가 실제로 접속하고 있는 사이트가 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정보를 4차 산업의 혈액이라고들 한다. 이게 흘러가야 4차 산업혁명이 생명력을 얻고, 이게 경직되면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비자들이 그러한 구매 행위를 극성스럽게 요구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오히려 애드블록을 사용하고, 광고 많은 잡지는 진지하게 읽어주지 않으며, 아주 특이한 체질이 아니라면 기성복과 운동화에 만족한다. 개인정보를 누군가 가져갔다는 것에 분노하는 게 일반 사용자다. ‘편리하게 해줄게(그러니까 많이 사)’라고 하는 건 왕 같은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들의 의전 행위다. 그 바탕엔 ‘생각하지 마’라는 메시지도 있다.

그런데 개인정보를 둘러싼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소비자로서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말했다시피 개인정보는 기업들에게 있어 혈액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 혈액을 함부로 뽑아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나 국제기관들이 ‘산업도 육성해야 하고, 혈액도 보존해야 하니까, 둘을 만족시키는 협의점을 마련해줄게’라고 끼어들고 있다. 그래서 기업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만 수집할 수 있는지 권력 기관이 정해준 곳에서만 활동하게 되고, 개인정보의 주체인 소비자들은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고 있다. 주도권이 갑자기 정부나 국제 기관에게 넘어간 것이다.

게다가 그 규칙이라는 게 점점 삼엄해지고 있다. 보통의 범죄 사건에선 범죄를 저지른 자가 벌을 받게 되는데,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건에선 직접 범죄를 일으킨 자가 잡히지도 않아 개인정보를 관리한 기업이 보상을 해야 하는 다소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보 관리 못해 도산하는 기업들이 쌓여갈수록 법정 분위기는 기업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다. 소비자들 역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인다.

개인정보라는 자원이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때가 되어 가는데, 그 개인정보를 쥐고 있는 게 점점 정부들 혹은 그에 준하는 국제 기구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목이 말라가고, 정부는 힘이 세어져가는 기묘한 흐름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때마침 국제 표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GDPR이란 것도 등장해 기업들에게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강력한 통제 안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중국의 그것처럼.

이러한 흐름 안에서는 개인정보를 자원삼아 4차 산업의 발전을 꾀하면 꾀할수록 강력한 통제권이 알게 모르게 완성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모른 채 잘 알아라’라는 이상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미 이 흐름에 몸을 던졌다. 권력 기관들도 이를 알고 ‘보호해줄게’라며 자원줄을 틀어쥔 손에 힘을 주고 있다. 소비자가 끊어주어야 한다. ‘아니, 난 그냥 내가 고르고 살래. 나 몰라줘도 돼. 광고는 어차피 보기 싫으니 그냥 애드블록 써서 다 막을래. 고스터리 써서 개인정보 함부로 수집하는 사이트엔 안 들어갈래. 정부의 보호도 못 믿겠고, 무료 통신비 같이 꿀맛 같은 보상을 내거는 기업은 더 못 믿겠어. 좀 더 알아보고 지갑을 꺼내겠어.’

소비자의 권리는 편리하게 아무거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무슨 서비스를 받고 있고,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흔히 돈을 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 외의 지불 수단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개인정보가 이 공간을 지배하는 화폐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알려주는 이들은 없다. 권리 이행을 위해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주체가 되어 조사해야 한다. 정말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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