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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아름다운 골목길 걷기, 행촌 이음길 탐방記
  |  입력 : 2017-05-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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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밤에도 안전한 골목길

[보안뉴스 민세아 기자] 올해 초 서울시가 종로구 행촌 성곽 마을 인근 길에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어린이, 어르신, 장애인을 비롯해 시민 누구나 신체적 특성과 상황에 관계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하며 제품·건축·공간·서비스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적용 지역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때문에 범죄예방 환경디자인(CPTED)과도 맥을 같이 한다. 성곽 마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본지가 찾아가 봤다.

▲ 제공: 서울시


서울시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길과 건물에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모범 사례를 만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촌 성곽 마을 인근 길(종로구 통일로 12길)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한양도성 사이에 난 567m의 길이다. 주민은 물론 방문객도 많은 곳이지만 오르막인 데다 8~9m의 좁은 길을 차량과 사람이 구분없이 다녀 위험했다. 이곳이 지난 12월 ‘유니버설 디자인’을 입고 안전한 보행 공간으로 거듭났다. ‘사람과 지역을 이어주는 친절한 동네길’이라는 의미의 ‘행촌 이음길’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이 변화에는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공개 선발된 ‘시민 체험단’의 목소리가 그대로 녹아있다. 실제로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부터 디자인 적용 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세 가지 테마로 거듭난 행촌 이음길
행촌 이음길에는 세 가지 테마가 있다. 차와 보행자의 안전한 공존, 이야기가 있는 보행 공간, 적재적소에 유용한 정보 제공이다. 3가지 관점에서 11개 유니버설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먼저, 차와 보행자의 안전한 공존을 위한 디자인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①볼라드를 활용한 보도와 차도 경계가 강화 ②교차로 인지 사인 설치 ③차량 속도 저감 그래픽 ④반사경 설치 ⑤안전 보행 매뉴얼이다.

▲ 제공: 서울시


행촌 이음길은 독립문역 3번 출구에서 100m정도 쭉 직진하다가 아파트 공사지역을 왼쪽으로 끼고 돌면 바로 나온다. 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소 짓는 표정이 그려진 볼라드였다. 단차가 없고 바닥 색도 같아 구분이 확실치 않던 보도와 차도 사이에 볼라드를 추가로 설치하고, 보색 대비가 큰 검정색과 노란색으로 색칠해 뚜렷하게 구분했다. 아치형으로 설치된 볼라드는 독립문역과 한양도성을 알리는 표지판 역할도 동시에 수행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교차로가 보였다. 교차로 중앙에는 차나 사람이 교차로임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T, Y자 형태로 인지 사인이 표시돼 있었다. 좁은 골목길에 차나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와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도를 따로 설치할 수 없는 오르막길에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도로 설계 기법인 ‘시케인(chicane)’을 응용한 지그재그 형태의 그래픽을 적용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새롭게 변신한 행촌 이음길을 소개하고 보행자와 운전자를 위한 안전 가이드를 제공하는 ‘행촌 이음길 보행 환경 가이드’도 제작해 구청, 주민 센터, 행촌공터, 학교 등에 배포·비치했다.

▲ 제공: 서울시


다음으로, 이야기가 있는 보행 공간의 의미를 담아 세 가지를 조성했다. ①초등학교 앞 안전보행 유도 ②자투리 공간 쉼터 ③친절한 한양도성 계단 길이다. 몇 걸음 더 걸어 올라가자 행촌 이음길 중간에 있는 독립문 초등학교가 보였다. 초등학교 정문 옆에는 큰 차량 진출입구가 있어 아이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컸다. 이곳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횡단보도 표시와 발자국 표시를 그려 넣는 행동 유도 디자인을 적용해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선을 따라 안전하게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쉬운 점은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바닥 사인이 많이 흐려지고 거뭇거뭇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차량 진출입구 앞의 횡단보도 표시는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 중간의 자투리 공간에는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쉼터도 생겼다. 길을 오르면서 잠깐 앉거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천장이 있는 구조로 조성됐고 마을공동체 활동을 알릴 수 있는 게시판도 만들었다. 정신없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곳을 찾다보니 가파른 계단길이 등장했다.

▲ 제공: 서울시


계단 길 앞에는 ‘한양 도성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몇 개 계단마다 소모되는 칼로리를 표시했다. 가파르고 길어 오르기 버거웠던 계단에 성곽 마을 BI(Brand Identity)를 활용한 그래픽을 적용하는 등 정보와 재미를 더했다. 또,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계단 끝에 노란색 미끄럼방지 패드를 부착해 안전성도 높였다.

마지막으로, 적재적소에 유용한 정보 제공을 위해 세 가지가 이뤄졌다. ①지역 안내판 설치 ②마을 주요 시설 유도 사인 ③마을버스 정류장 위치 표시다. 행촌 이음길 초입에는 지역특성과 주요시설을 어느 눈높이에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안내판을 설치했고, 볼라드나 계단 길 등에도 안내사인을 추가했다. 표지판을 세울 공간이 없어 아무 표시가 없었던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입간판과 전신주를 활용해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의 지도, 픽토그램 등 모든 정보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색채를 사용하고 그림과 문자 간 명도차도 크게 해 저시력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 제공: 서울시


시와 자치구의 힘으로 만드는 ‘안전 도시’
서울시는 종로구청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유지 보수를 계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행촌 성곽 마을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인근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안전보행 유도 디자인이 적용된 독립문 초등학교 앞에는 ‘옐로카펫’을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옐로카펫은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안전하게 대기하고, 운전자가 주의해서 운전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대기 공간 벽면과 바닥에 노란색 표시를 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종로구는 이 근방의 공동주택 21개에 ‘여성안심귀가 거울 시트’를 설치해 ‘여성안심 거울 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안심 거울은 보행자의 뒤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범죄자 역시 자신의 얼굴이 노출돼 범죄 기회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 제공: 서울시


성곽으로 가는 길 좁은 골목길에서는 ‘반딧불이 골목길’도 눈에 띄었다. 반딧불이 골목길은 SK이노베이션의 ‘100만원으로 세상 바꾸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도시 반딧불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곳이다. 행촌동 210번지 일대의 주택가에 밤길 안전을 위해 기획됐다. 사잇길이 비좁아 가로등 설치가 어려운 골목길을 대상으로 태양광 센서등이 설치됐다. 이 센서등은 낮에는 태양광으로 충전을 하고 야간에는 주민들이 주변을 지나가면 동작감지 센서가 작동해 불빛을 밝히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골목 오르막길 계단 손잡이에는 형광 반사 테이프를 붙여 어두운 밤에도 잘 보일 수 있게 했다.

▲ 서울시 마포구 염리초등학교 앞 옐로카펫[제공: 서울시]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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