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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만 보던 양자, 곧 통신과 보안에도 나온다
  |  입력 : 2016-09-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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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특성 한 번에 가질 수 있는 양자...컴퓨팅 파워 크게 증가
통신 암호 기술에 적용하면 도청 절대 불가능...일부 국가 이미 사용


[보안뉴스 문가용] 나름 국제부에 소속되어 있어서 그런지 보안 행사에 갈 때마다 동시통역사들에 제일 집중하게 되는데 어느 날은 인증 보안과 관련하여 이중 인증, 다중 인증 등의 말들이 강연자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양자 인증’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동시통역사가 이를 quantum authentication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 수많은 도착지 중 우리의 목적지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그 양자가 보안에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당시 ‘이중 인증’의 동의어 정도로 양자 인증을 오해해버린 기자는 그 동시통역사를 비웃었다. 그리고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2016 양자정보통신 세미나’에 참석해 숨을 곳을 찾았다. 그날의 양자 인증이 정말로 quantum authentication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물리학도들에게도 어렵다는 양자가 왜 IT에?
양자가 IT에 응용되기 시작한 건 양자의 세 가지 특성 때문이라고 곽승환 SK 텔레콤 퀀텀테크랩장은 설명한다. “중첩, 복제 불가, 얽힘”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얽힘 현상이 응용된 순간이동도 양자의 또 다른 성질이다. 이 네 가지 성질이 다 활용되면 양자 컴퓨터가 탄생한다. “양자는 두 개의 성질을 동시에 갖습니다(중첩). 디지털 세계에서는 0과 1이 동시에 표현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태의 조합은 기하급수적으로 더 많은 성질을 나타내어 방대한 정보를 표현하게 됩니다.”

더 쉽게 말하면 “64비트 CPU 약 만 개의 컴퓨팅 파워를 단 50큐비트(qubit : 일반 컴퓨터의 비트 단위가 양자 컴퓨터에서는 큐비트가 된다)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한국퀀텀포럼 의장인 이준구 KAIST 교수가 설명한다. 물론 ‘50 qubit = 1만 CPU’는 쉬운 이해를 위한, 비유에 가까운 도식일 뿐이다. 양자 역학의 주요 기술인 중첩, 얽힘의 효과가 가져다주는 결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퀀텀 컴퓨팅 관련 연구에 1억 5천만 위안을 투척하고 영국 정부는 2억 7천만 유로를, 네덜란드 정부는 1억 3천 5백만 유로를 투자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정부뿐 아니라 IBM이나 MS, 인텔, 구글 등의 민간 사업체들이 별자리 같은 액수를 수년 전부터 여기에 쏟아 붓고 있다. 여기에 뭔가 있다는 뜻.

“그뿐 아니라 양자를 이용하면 정밀계측이 가능해지는데, 이 역시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이준구 교수는 설명했다. “양자의 특성 중 하나인 얽힘 현상을 활용하면 중력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도 있는데, 이 기술만 있으면 석유 탐사를 위해 수억 원을 들여 땅 파볼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이 양자 중력 계측기 하나만 들고 땅 위를 걸어 다니면 되는 거죠. 이는 수많은 응용분야의 한 예일 뿐입니다.”

컴퓨팅 파워와 탐사 이야기가 왜 보안뉴스에?
석유 발견의 꿈에도 양자 기술이 적용될 수 있지만(석유를 만든다는 건 아니다!) 정보보안 분야의 난수 문제도 양자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준구 교수는 설명한다. “현재 컴퓨터에 사용되는 난수 발생 코드 또는 칩은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여 난수를 발생시키고 이것을 유사난수라고 합니다. 유사난수는 수학적 규칙성이 있어 언젠가는 깨질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 난수 발생기는 양자 성질의 하나인 중첩상태 측정에 대한 불확정성을 이용해 난수를 발생하는데, 이러한 발생기에는 수학적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아 난수가 깨지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또, 위에서 말한 얽힘 현상이란 두 양자가 특별히 엮여서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한쪽의 동작에 따라 반대쪽의 동작을 예측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여기에 양자에는 ‘복제 불가’라는 특성도 있다. 뭔가 ‘보안스러운’ 감이 오지 않는가? “송신자, 수신자가 도청 공격자를 즉각 감지할 수 있고 비밀키를 100%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고 곽승환 랩장이 설명한다. 또한 공격자가 암호키를 건드리려고 하는 순간 양자의 상태가 변형되고, 이는 즉 정보 탈취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양자암호 통신기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노드와 노드 사이에서 발생하는 암호화 기술로 복호화나 도청이 불가능합니다. 이미 2012년에 중국에서는 투표를 처리하는 행정망에 양자암호 통신기술을 적용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기밀이나 비밀키 등을 공유할 때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이용하면 중간에 공격자가 들어와 해킹한다는 게 불가능해지죠.” 그리고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고 이준구 교수는 설명을 잇는다. 단지 이를 (국내에서) 도입할 정책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아직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정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이를 위한 준비를 곧 마칠 예정이라고 미래부는 이야기한다.

“이미 중국은 양자통신 위성 발사에 성공해 도청이 불가능한 통신망을 상당 부분 구축했습니다. 영국도 캠브리지 지역과 브리스틀 지역의 지하철 네트워크까지 활용하여 대규모로 양자 네트워크를 실험하고 있고요.” 곽승환 랩장의 설명이다.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양자 암호 시범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후발주자이기도 하고 연구에 투자되는 금액도 대단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 2016 양자정보통신 세미나가 정운천 국회의원 주최로 ‘미래 선도국가 진입을 위한 세미나’라는 어마어마한 부제를 달고 준비된 것이다.

정부, 결단을 내릴까?
“이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국회에 제출한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과 퀀텀포럼, 협동조합 미래교육은 미래부와 함께 8개년 계획을 잡고 있는 상태”라고 이준구 교수는 설명한다. 4년은 양자컴퓨팅 기초분야에 대한 연구에 투자하고, 나머지 4년은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응용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선발주자의 자리는 뺏겼고, 정부가 투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미국이나 중국 정부가 투자하는 금액을 쫓아갈 수 없으니 ‘특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먼저 달리기 시작한 사람이 속도도 빠르고 체력도 좋으니 새로운 길을 걷는 수밖에 없는 게 후발주자들의 타당한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그나마도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검토 후 국고를 열기로 결정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에 조용환 협동조합미래교육 이사장은 “양자컴퓨팅 및 양자통신이 너무 새롭고 기술적인 분야라 중요성을 (국회의원들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곽승환 랩장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유행만 쫓는다”며 “알파고가 유행할 때 인공지능 투자를 결정하고, 포켓몬고가 히트를 치니 AR에 투자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라고 발언했다.

“보시(Bosch)는 보통 드릴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세계 1위의 자동차 부품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최근 자율주행과 관련된 양자 센서(혹은 양자 자이로) 기술을 이미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양자정보통신이 향후 산업적 차원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더욱 주시하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산업 리더들의 소리 없는 움직임이 대중들의 열광보다 더 정확한 지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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