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낮은 대출희망자’ 두 번 울린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현금 운반 총책 등 2명 검거

신용등급 낮은 대출희망자 인출책 활용...진화한 보이스피싱

[보안뉴스 민세아] 김포경찰서(서장 이봉행)는 지난 7월 24일 대출희망자를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활용해 5월 18일부터 7월 22일까지 피해자 3명에게 1억 5백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조선족 이모 씨(34세, 남) 등 3명을 체포하고 이중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피의자에게 압수한 물품(자료 제공: 김포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먼저 범행에 이용할 계좌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통상 보이스피싱에는 대포통장이 이용되지만 이씨 일당은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희망자의 계좌를 확보한 뒤 보이스피싱으로 입금된 금액을 통장명의자가 직접 은행에서 돈을 찾도록 했다.

이는 경찰의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된 것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부담을 느낀데다 명의자가 직접 은행창구에서 인출할 수 있는 액수가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었다.

이씨 일당의 중국 총책은 자신을 대부업체 직원이라고 사칭한 뒤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거래실적을 쌓아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저리로 대출을 해주겠다. 우리가 돈을 당신 계좌로 송금하면 이를 인출한 뒤 돌려주면 된다”는 식으로 대출 희망자들을 속였고, 급전이 필요했던 대출 희망자 3명은 피의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의도와 다르게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됐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주로 70대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당신의 주민등록증이 복사돼 예금통장에 있는 돈을 보이스피싱 범인들이 인출하려 한다. 금융감독원에서 지정한 ‘국가안전금고’ 계좌번호를 알려줄테니 그곳으로 이체시켜라”고 말했고, 이를 믿은 피해자들은 대출희망자의 계좌로 돈을 이체시켰다.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보내온 돈이라는 것을 몰랐던 대출희망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이씨 등에게 전달했다.

피의자들의 범행은 지난 7월 2일 한 농협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꼬리를 잡혔다. 다행히 대출희망자들로부터 돈은 모두 회수됐지만 범인들은 이미 도망친 상태였다. 경찰은 당시 CCTV분석과 주변탐문 등을 통해 범행에 사용됐던 차량을 20여 일간 끈질기게 탐문·추적했고, 그 결과 피의자 주거지 근처 PC방에서 피의자 이씨 등을 체포했다.

한편, 이들의 범행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보이스피싱 총책이 위쳇(We Chat)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만을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지시하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그 총책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고 범행 일부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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