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무죄판결, 가짜 백신 창궐을 부축인 결과 초래한 것”
작년 2월 29일, 가짜 백신프로그램인 ‘닥터바이러스’로 정상파일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속여 이용자들로부터 사용료 92억여 원을 징수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미디어포트 전 대표 이 모씨(41세)에 대해 서울중앙지법(형사9단독)은 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사실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상파일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속여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피고의 백신프로그램이 치료대상으로 분류한 트래킹코드(트래킹쿠키)란 사용자의 행동양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둘 이상의 사이트가 서로 공유하는 쿠키파일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PC사용자의 웹사이트 방문기록 등을 수집하거나 인터넷 뱅킹 등 해킹을 위한 정보 수집 역할을 하고 스팸 메일이나 악성 애드웨어 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어 현재 다른 안티스파이웨어 프로그램들도 이러한 유형의 트래킹코드를 유해한 것으로 분류하여 삭제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트래킹코드를 악성코드로 분류하여 그 치료를 위한 댓가로 이용자들로부터 요금을 받은 것을 두고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의 주요 쟁점은 당시 닥터바이러스가 이용자들의 결제를 요구하고 치료대상으로 분류한 악성코드 중 트래킹코드(쿠키)가 PC에 유해한 악성코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었다.
이에 미디어포트 법무팀 관계자는 “제시한 여러 증거와 국내외 다른 유사한 백신프로그램 운영업체들도 이를 악성코드로 분류하여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트래킹코드도 악성코드로써 치료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도 닥터바이러스는 계속적으로 트래킹코드를 악성코드로 분류하여 무료로 치료를 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이와 관련 미디어포트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기존 이용자들의 탈퇴 및 환불요구조치, 신규 사용자의 급감으로 인해 매출에 있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다음으로 하더라도 회사의 이미지가 너무 크게 손상되어 이를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져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는 이용자들로부터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보다 나은 품질의 서비스로 사업을 해나갈 것이며 손상된 회사의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와는 달리 국내 백신업체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악성코드로 보지는 않는다”며, “외국의 ‘애드-어웨어’ 프로그램이 이러한 트래킹코드를 악성코드로 진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안티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이고, 백신프로그램들은 이를 악성코드로 진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닥터바이러스의 경우, 악성코드로 진단한 트래킹코드 파일을 재차 악성코드로 진단해 결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업계 관계자는 덧붙였다.
아울러 이와 관련 한 네티즌은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었음에도 이러한 무죄 판결이 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현행 법률로는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번 무죄 판결은 가짜 백신의 창궐을 부축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편 이번 1심 무죄 판결에 따라 오는 14일까지 검찰 측에서 항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대로 이 사건은 종결될 전망이다.
[김정완 기자(boan3@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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