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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랙햇 2023 D-1, 라스베이거스 3대 공연이라는 카쇼를 보다가

입력 : 2023-08-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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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A 콘퍼런스와 함께 전 세계 양대 보안 콘퍼런스로 꼽히는 블랙햇 USA,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행사 개최를 기다리며 든 생각.

[미국 라스베이거스=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전 세계 보안 업계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했을 때 RSA 콘퍼런스와 함께 꼽히는 블랙햇(Black Hat USA) 컨퍼런스의 본 행사가 개최하기 수시간 전, 행사장 옆 호텔에서 라스베이거스 방문자라면 꼭 봐야하는 3대 공연 중 하나인 ‘카쇼’가 진행됐다.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태양의 서커스’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이름만 길거리 광고를 통해 접해봤지 풍문조차 들어본 적 없는 기자로서는 ‘2023년에 왠 서커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사진=보안뉴스]


서커스는 지금의 ‘아재들’이 명절 때마다 TV를 통해 주구장창 보던 오락 장르다. 그보다 더 윗세대로 올라가면 동네를 떠돌아다니며 텐트 쳐놓고 신기한 묘기를 보여주던 순회공연단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원조 서커스라는 설명 역시 지금 아재들은 주구장창 들어왔었다. 삐에로가 등장하고, 사자들이 불의 고리를 뛰어넘으며, 공중곡예사의 아슬아슬한 묘기가 빠지지 않는 쇼가 기자가 알던 서커스였다.

그게 왜 어느 순간부터 TV에 나오지 않았겠나. 너무 많이 봐서다. 순회공연단 시절부터 해서, TV 보급 후 명절마다 공중파 방송을 탄 것이 족히 수십 년, 서커스는 낡은 이름이 되어버렸다. 일반적인 신체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그들의 신기한 묘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자유자재로 신체 일부를 떼었다 붙였다 하지 않는 이상, 관객들이 놀라워할 요소는 남아있지 않았고, 그래서 사라졌다. “핸드폰 촬영 금지”를 연신 외치는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갈 때까지 기자 역시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에 동의하는 입장이었고, 따라서 기대감 비슷한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카쇼는 서커스가 맞았다. 다만 어렸을 때 TV에서 보던 그런 게 아니었다. 하나의 커다란 뮤지컬 혹은 연극의 형태로 진행되고, 각 장면들이 배우들의 스턴트 묘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니까, 2023년에 왜 이런 낡디낡은 묘기 대행진을 비싼 돈 주고 관람해야 하는가, 라는 기자 같은 관객들에게 ‘이야기’라는 당위성이 부여된 것이다. “서커스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 뮤지컬을 보러 와. 서커스는 덤이야.” 이런 식이랄까. 뮤지컬이 연극에 음악을 풍부히 넣은 것이라면, 요즘 서커스는 연극에 서커스 묘기를 풍성하게 넣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나보다.

최근 보안 업계에서는 “더 이상 보안의 중요성을 설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고무적으로 느끼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제로 보안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울 정도다.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것에 일반인들도 민감해지고 있으며, 보안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 보안과 관련된 내용은 경영진들이 매우 궁금해 하는 사안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안이 왜 중요하냐면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해야만 했던 때에 비하면 좋은 시절이다.

하지만 이것을 낙관의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 선뜻 긍정의 답을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모두가 보안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지점에 오기까지 보안 업계가 제공했던 당위성은 각종 보안 사고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피해였기 때문이다. ‘보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고 배우라고!’ 윽박을 지르며 우리는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효과가 없지 않았고, 그렇기에 더 이상 보안 그 자체를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온 것이다.

동시에 그런 윽박에 사람들은 질려버렸다. 보안에 질렸다. 큰 해킹 사고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another day, another incident일 뿐이다. 각종 사고를 예시로 들며 보안의 중요성을 설득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같은 이야기를 오래 우려먹었다. 마치 ‘신기하지?’로만 사람들의 관람을 종용하려 했던 서커스가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건 설득의 측면에서 잘못됐다. 새로워야 한다.

보안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뒤로 해야 할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태양의 서커스’처럼 우리도 새로운 이야기를 갖추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이 공연단은 어떤 왕자와 공주의 모험담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갈고 닦아온 기술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찾아보니, 다른 이야기들도 ‘태양의 서커스’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것 같다. 신체를 화려하게 사용하는 서커스 묘기는 그리 큰 차이가 없는데,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러므로 관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 서커스 어렸을 때 많이 봤다고 기자처럼 말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이제 현지 시간으로 4~5시간 정도 후면 블랙햇이 시작한다. 글로벌 보안 업계에서는 영향력이 분명한 행사다. 지난 수년 동안 서울에서 각종 외신으로 접했던 블랙햇은 보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하는 행사였고, 바로 그 이야기들이 보안에 새로운 생명을 매년 부여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이 부실할 수는 있어도 접근법 자체는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 카쇼라는 새로운 방식의 서커스를 관람하며 곧 공개될 블랙햇의 ‘보안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올해 블랙햇은 보안에 어떤 당위성을 부여할까?

최근 보안 업계가 가져가려 하는 ‘이야기’ 즉 당위성은 단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 기술의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정도로까지 우리 삶에 깊숙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디지털 기술로 인한 각종 사고와 사건을 막는 것(즉 보안)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우리의 모험담을 들어봐, 보안은 덤이야’라는 맥락을 이어가고 있는 건데, 올해 블랙햇이 여기서 얼마나 더 나아갈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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