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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이 아빠를 만든다 04] 몸으로 안전을 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

입력 : 2023-04-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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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은 의외로 산 지식을 다루는 분야라, 그 안에서 발굴되고 전파되는 중요한 원리와 실천 사항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만 가치를 발휘하지 않습니다. 실생활에서도 보안의 메시지들은 빛을 발합니다. 그것을 아빠의 관점에서 연재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2주에 한 번 24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드디어 너희들이 고대하던 막내 동생이 집으로 왔구나. 동생보다 3주 만에 본 엄마를 더 반길 줄 알았는데, 아빠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어. 엄마랑 아빠는 집에 오면서 너희가 엄마한테 막 뛰어들면 어쩌지, 반가운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엄마 몸이 아직은 약하니까 막아야 하겠지, 이런 대화를 했거든. 그 와중에 또 어떤 녀석은 울 것 같고, 어떤 녀석은 아닐 것 같고 이런 김칫국까지 깔깔대며 들이켰지 뭐야. 갓 태어난 아기는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신 스틸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잊어버렸네.

[이미지 = utoimage]


너희들도 아빠한텐 아가인데, 진짜 아가를 돌보다가 집으로 와 너희들을 보니 완연한 어린이더라. 동생보다 훨씬 긴 너희들의 팔다리를 보고 하는 얘기인 것만은 아니야. 너희가 아가를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아빠와 엄마가 하는 ‘아기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느껴졌어. 목을 못 가누는 아기라 항상 목을 받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듣고는 아빠와 엄마의 손이 아가의 목 뒤에 있는지 꼭꼭 확인하고, 아빠가 기저귀를 조금만 여유롭게 갈아도 아가 춥다며 이구동성으로 재촉하고, 아가를 안아 볼 기회가 있을 땐 너희가 자진해서 벽 구석에 딱 등을 기대고 앉아서 넘어지지 않게 자세를 바로잡고...

안전에 관한 이야기는 상대에 대한 사랑을 그 본질에 두고 있지만, 겉모습은 늘 잔소리라는 모양을 취하고 있지. 아빠나 엄마는 누군가를 통제하고 규칙을 정해두는 걸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너희들에게 만큼은 꽤 많은 안전 수칙을 가르치게 되는 건, 우리가 너희들 부모라서 그래. 너희가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삶’이나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다양성’과 같은 개념은 떠오르지도 않더라. 너희들의 입장을 늘 들어보려 아빠도 나름 애를 쓰지만, 강압적으로 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그건 대부분 안전과 관련된 일이었지.

잔소리 듣기 싫은 건 인류 공통이야. 너희들도 언젠가 알게 될지 모르겠지만, 잔소리는 하는 사람에게도 고역이란다. 너희들이 잠든 시간에 아빠 엄마가 나누는 대화의 가장 주된 주제도 바로 이 잔소리지. ‘우리가 너무 잔소리를 했나?’ 이 고민이 아빠 엄마를 잠 못들게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너희들은 모르겠지. 그러다가 너희 자는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발 뒷꿈치 들고 너희들 방에 들어가 이불 몰래 들치고 옆에 누웠다 나가는 것도 너희는 모르겠지. 이제 큰 터울의 동생이 생겼으니 어렴풋이 알아갈 수도 있겠구나.

아빠 엄마가 ‘우리가 너무 잔소리를 했나’를 고민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너희들이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릴까봐 그러는 것이 가장 커. 잔소리를 해서 너희들 마음이 상했을 테니 후회하는, 그런 차원의 고민은 아냐. 잔소리는 듣는 사람에게나 하는 사람에게나 반갑지 않은 존재라 그 내용이 얼마나 유익하든, 그 출발이 되는 사랑이 얼마나 깊든 상관 없이 금세 우리 마음 속에서 휘발된단다. 달리는 차 밖으로 상반신 내밀지 말라는 말, 이제 막 끓인 라면의 냄비를 맨손으로 잡지 말라는 말은 아무리 잔소리 같아도 꼭 지켜야 하는 건데, 너희가 그걸 잔소리로 받아들이면 잊고 말아. 그걸 걱정하는 거야.

아빠가 있는 보안이라는 업계는 가히 ‘잔소리의 과학’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잔소리가 많은 곳이야. 어떤 회사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아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파악해야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가도 알아내야 해. 그런데 이 사고 재발 방지 부분은 어떤 사고에서든지 내용이 대동소이해. 그래서 아무리 유명하고 영향력 높은 사람이 와서 몇 가지를 당부해도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그래서 지난 번 편지에 아빠가 아빠 하는 일은 잔소리라고 설명하기도 했었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보안 업계의 잔소리를 잘 듣지 않는단다. 잔소리니까 아무래도 마음 속에서 쉬이 사라지겠지. 그래서 해킹 사고를 허용할 때가 많아.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얼마나 잔소리가 싫으면 그렇게 이 악물고 안 들을까 생각할 때도 있을 정도야. 귀를 막은 사람들도 문제지만, 잔소리에 대한 연구가 아직 더 부족한 것일 수도 있지. 안전을 위해 너희들에게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해야 하는 아빠 스스로를 보면서 가끔씩 드는 자괴감이 업무 현장에서도 들 때가 없지 않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억하지. 아빠는 너희의 아빠이고, 그래서 아빠가 너희에게 안전과 관련된 잔소리를 멈춘다면 그건 아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라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안전에 관한 당부는 사랑을 뿌리에 두고 있으니까.

계단 조심해라. 차도에서는 아직 자전거가 위험하다.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슬리퍼 신고 뛰지 마라. 줄넘기 할 때는 무릎을 조금 구부려라. 너희가 잘 듣지 않는 이런 말들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아빠가 아빠인 이상 안 할 수 없겠지. 그리고 그것은 너희 입에서, 너희의 작은 동생을 향해 한 동안 나가게 될 거야. 그럴 때 아빠는 내 잔소리 같은 안전 수칙이 너희들 안에 남아 있구나, 뿌듯하게 알게 되겠지. 그리고 너희 스스로가 몸소 수칙들을 지키면서 동생을 보호할 것을 기대하고 있어. 동생이 생기는 바람에 너희가 스스로를 더 안전하게 가누겠구나.

사랑하는 뭔가가 생겼을 때 너희들도 모르게 안전 수칙을 찾게 되고, 즐거운 교훈으로 삼는 너희들을 아빠는 늘 응원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능적으로 보여줘서 감사한 마음이야. 잔소리 같은 교훈들이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하면 즐거울 수 있다는 것도 너희가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아빠에게 알려줬어. 아무래도 아빠는 좀 더 안전을 전파하는 일에 주눅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새 생명으로 인해 우리 가족이 여기 저기서 온전해진다는 게 참 오묘하다. 한 명 더 나을까?

-2023년 4월 20일, 아빠가-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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