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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마켓플레이스라는 차세대 다크웹 시장이 사라지자 경제 활동이 상상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히드라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히드라가 제공했던 서비스 하나가 사이버 범죄 생태계에서 그만큼 중요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2년 초만 해도 히드라마켓플레이스(Hydra Marketplace)는 다크웹 최고의 시장으로 전성기를 누렸었다. 여기서 온갖 사이버 범죄자들이 돈을 세탁하고 마약을 거래하고 살인을 청부했다. 큰 돈이 오갔고, 히드라마켓플레이스 역시 번성했다. 그러다가 2022년 4월 사법 기관들의 공조로 사라졌다. 그 당시 다크웹 전체 경제 활동의 93%가 히드라마켓플레이스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히드라가 사라진 뒤 히드라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가 새삼 드러나기 시작했다. 히드라가 존재할 때 지하 시장에서 이뤄지던 거래량은 하루 평균 420만 달러였는데, 히드라가 사라지자 급락해 44만 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최근 블록체인 분석 전문 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내용이다. “2021년 말 다크웹 시장들이 거둔 수익은 31억 달러에 육박했는데, 2022년 말에는 15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히드라가 사라지고 생긴 커다란 구멍
시장 하나 사라졌다고 해서 다크웹 시장 전체가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 있을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히드라의 자금 세탁 서비스가 워낙 출중해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금 세탁은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있어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훔친 돈, 즉 불법 자금을 세탁 없이 사용하면 추적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세탁 없이는 범죄를 저질렀던 그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히드라마켓플레이스가 범죄의 결실을 맺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히드라가 사라진 자리에 대체 서비스를 자처하는 조직이 등장하긴 했었다. OMG! OMG! 마켓(OMG! OMG! Market), 블랙스프럿(Blacksprut), 메가다크넷마켓(Mega Darknet Market)이었고, 이 셋은 경에 돌입했다. 이 중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간 건 OMG였다. 당시 다크웹 산업의 65%가 그곳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6월 경 OMG 시장은 디도스 공격을 받았고, 사용자들은 다른 두 곳으로 대거 옮겼다. 그런 후 세 곳은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 히드라 만큼의 위용을 떨치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크다 하는 다크웹 시장들 다섯 곳 중 네 곳은 마약과 같은 불법 물질들을 주종목으로 삼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은 브라이언덤프스(Brian Dump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탈취된 신용카드 및 개인 식별 정보만을 다룬다. 브라이언덤프스의 경우 바이패스숍(Bypass Shop)이라는 경쟁자가 있었으나 지난 3월 러시아 당국이 폐쇄시켰다. 지난 10월, 브라이언덤프스 측에도 문제가 발생해 수익을 전혀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새로운 임무
다크웹에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거나 새로운 입지를 다져가는 모든 시장들의 목표는 지금 하나다. 바로 이전 히드라의 고객들을 전부 흡수해 막대한 영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암호화폐와 일반 통화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즉 돈 세탁 기능이 보다 완전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죠. 메가, 블랙스프럿, OMG에도 자금 세탁 서비스가 있습니다만 아직 히드라 때처럼 사용자가 많지는 않습니다. 셋이 협업을 하고 있다는 흔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히드라의 폐쇄 직후, OMG 시장의 사업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 역시 자금 세탁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체이널리시스의 수석 분석가인 에릭 자르딘(Eric Jardine)은 설명한다. “그러다가 메가 등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자 고객 층이 이동하기 시작했죠. 자금 세탁이라는 기능이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자르딘은 “결국 다크웹 시장들은 다크웹 사용자들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히드라의 가장 큰 특징은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는 게 아니라, 자금 세탁 서비스를 같이 제공했다는 겁니다. 그것이 다크웹 내 생태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실크로드(Silk Road)라는 전 세대 대형 시장의 경우 마약상과 구매자들을 연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거두었죠. 이제는 실크로드의 사업 모델로는 다크웹의 시장으로서 자리 잡기가 힘들다는 걸 히드라가 증명하고 떠났습니다. 랜섬웨어 공격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암호화폐가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3줄 요약
1. 다크웹 경제, 히드라마켓플레이스 사라진 뒤 규모가 크게 작아짐.
2. 다크웹 시장은 이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영향력 갖기 힘듦.
3. 암호화폐와 일반 통화를 연결해 주는 자금 세탁 서비스가 핵심 중 핵심.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2년 초만 해도 히드라마켓플레이스(Hydra Marketplace)는 다크웹 최고의 시장으로 전성기를 누렸었다. 여기서 온갖 사이버 범죄자들이 돈을 세탁하고 마약을 거래하고 살인을 청부했다. 큰 돈이 오갔고, 히드라마켓플레이스 역시 번성했다. 그러다가 2022년 4월 사법 기관들의 공조로 사라졌다. 그 당시 다크웹 전체 경제 활동의 93%가 히드라마켓플레이스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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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히드라가 사라진 뒤 히드라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가 새삼 드러나기 시작했다. 히드라가 존재할 때 지하 시장에서 이뤄지던 거래량은 하루 평균 420만 달러였는데, 히드라가 사라지자 급락해 44만 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최근 블록체인 분석 전문 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내용이다. “2021년 말 다크웹 시장들이 거둔 수익은 31억 달러에 육박했는데, 2022년 말에는 15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히드라가 사라지고 생긴 커다란 구멍
시장 하나 사라졌다고 해서 다크웹 시장 전체가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 있을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히드라의 자금 세탁 서비스가 워낙 출중해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금 세탁은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있어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훔친 돈, 즉 불법 자금을 세탁 없이 사용하면 추적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세탁 없이는 범죄를 저질렀던 그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히드라마켓플레이스가 범죄의 결실을 맺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히드라가 사라진 자리에 대체 서비스를 자처하는 조직이 등장하긴 했었다. OMG! OMG! 마켓(OMG! OMG! Market), 블랙스프럿(Blacksprut), 메가다크넷마켓(Mega Darknet Market)이었고, 이 셋은 경에 돌입했다. 이 중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간 건 OMG였다. 당시 다크웹 산업의 65%가 그곳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6월 경 OMG 시장은 디도스 공격을 받았고, 사용자들은 다른 두 곳으로 대거 옮겼다. 그런 후 세 곳은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 히드라 만큼의 위용을 떨치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크다 하는 다크웹 시장들 다섯 곳 중 네 곳은 마약과 같은 불법 물질들을 주종목으로 삼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은 브라이언덤프스(Brian Dump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탈취된 신용카드 및 개인 식별 정보만을 다룬다. 브라이언덤프스의 경우 바이패스숍(Bypass Shop)이라는 경쟁자가 있었으나 지난 3월 러시아 당국이 폐쇄시켰다. 지난 10월, 브라이언덤프스 측에도 문제가 발생해 수익을 전혀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새로운 임무
다크웹에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거나 새로운 입지를 다져가는 모든 시장들의 목표는 지금 하나다. 바로 이전 히드라의 고객들을 전부 흡수해 막대한 영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암호화폐와 일반 통화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즉 돈 세탁 기능이 보다 완전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죠. 메가, 블랙스프럿, OMG에도 자금 세탁 서비스가 있습니다만 아직 히드라 때처럼 사용자가 많지는 않습니다. 셋이 협업을 하고 있다는 흔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히드라의 폐쇄 직후, OMG 시장의 사업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 역시 자금 세탁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체이널리시스의 수석 분석가인 에릭 자르딘(Eric Jardine)은 설명한다. “그러다가 메가 등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자 고객 층이 이동하기 시작했죠. 자금 세탁이라는 기능이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자르딘은 “결국 다크웹 시장들은 다크웹 사용자들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히드라의 가장 큰 특징은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는 게 아니라, 자금 세탁 서비스를 같이 제공했다는 겁니다. 그것이 다크웹 내 생태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실크로드(Silk Road)라는 전 세대 대형 시장의 경우 마약상과 구매자들을 연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거두었죠. 이제는 실크로드의 사업 모델로는 다크웹의 시장으로서 자리 잡기가 힘들다는 걸 히드라가 증명하고 떠났습니다. 랜섬웨어 공격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암호화폐가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3줄 요약
1. 다크웹 경제, 히드라마켓플레이스 사라진 뒤 규모가 크게 작아짐.
2. 다크웹 시장은 이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영향력 갖기 힘듦.
3. 암호화폐와 일반 통화를 연결해 주는 자금 세탁 서비스가 핵심 중 핵심.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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