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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요즘 기업들이 벤더사에 요구하기 시작한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

  |  입력 : 2022-09-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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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용자 기업들과 벤더사들이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라는 것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생소할 수 있는 이 개념의 뜻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벤더사들로부터 IT 기술 및 솔루션을 구매하기 전 어떤 제품이 가장 적합한지 알아보는 건 쉬운 과정이 아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알아본다 하더라도 제품에 대한 소개 자료와, 실제 현장에서 사용했을 때의 성능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요즘 유튜브에 각종 언박싱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 utoimage]


그래서 사용자 기업들 사이에서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technology bakeoff)라는 개념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베이크오프는 일종의 경쟁 혹은 시합을 뜻하는 것으로,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는 2개 이상의 벤더사가 잠재적 고객사의 주문을 따내기 위해 자신의 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것을 뜻한다. 시운전이나 개념증명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훨씬 ‘인텐시브’하다.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에 참여한 벤더사들은 각자의 솔루션이나 장비 등 판매하려 하는 것을 고객의 실제 생산 환경에 구축한다. 그리고 그 고객사의 IT 담당자와 직원들이 직접 그 솔루션/장비를 가동하고 사용해보도록 한다. 즉 벤더사가 생각하기에 기술을 뽐내기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라, 실제 투입될 환경에서의 진짜 성능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것도 고객이 직접 손으로 만져가면서 확인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러니 온갖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정확하게 필요한 솔루션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벤더사들 입장에서는 베이크오프가 그리 달갑지 않은 유행이다. 거래가 성사될지 안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꽤나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홍보나 상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격렬한 테스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단순히 입찰 금액 만으로 선택을 받는 것보다 더 강력한 신뢰 관계를 고객과 형성할 수 있다. 베이크오프 후 단순히 고객 하나가 추가되는 게 아니라 ‘단골’이 생긴다는 증언들이 있기도 하다. 리스크도 높지만 얻는 것도 많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시간과 인력이 꽤나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 회사나 벤더사에 연락해 베이크오프를 진행해달라 요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누구나 들어봄직한 국제적인 대기업 정도는 되어야 벤더사가 고민을 해 볼 것이다. 힘든 베이크오프 과정을 거치더라도 경쟁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어야 벤더사가 움직인다는 소리다. 벤더사가 전략적으로 진출해보고자 하는 시장의 기업이라면 소규모더라도 벤더사가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베이크오프, 어떻게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어찌됐든 베이크오프를 진행하게 되었다면 사용자 기업으로서는 알아볼 수 있는 건 다 알아봐야 한다. 벤더사가 말하는 장점들이 진짜인지도 확인하고, 벤더사가 말하지 않은 단점들도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현장에서 많은 실험을 진행하면 할수록 구매에 대한(혹은 비구매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경쟁 벤더사의 제품을 어떤 각도에서 분석해야 할지도 판단할 수 있게 되며, 여러 제품을 이런 식으로 실험하다 보면 자신의 회사 내부 네트워크나 업무 프로세스에서 손봐야 할 부분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는 전담 인원들이 충분한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실험을 해 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용자 기업에 해로울 것이 거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비용을 아끼면서 안전한 곳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다만 시간과 인력이라는 자원이 베이크오프 기간 동안 적잖이 들어가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일부 IT 부서 담당자들은 다른 업무를 전혀 못 볼 수도 있다.

어떤 솔루션이나 장비를 실험하느냐에 따라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2주까지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가끔 좀 더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길게 한다고 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아예 분해해가면서 분석하는 것도 권장되지는 않으며, 실험 기간에 사용될 네트워크를 회사 전체 망과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고루 들은 후에 내리는 것이 좋다.

최고의 베이크오프를 만드는 것들
최고의 벤더사들만 모아둔다고 해서 베이크오프가 성공리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4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솔루션이나 장비를 도입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가 모호하면 할수록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명확한 표현’은 베이크오프에 참여하고자 하는 벤더사들에게도 전달되어야 하지만, 벤더사들의 제품을 직접 다루고 실험해 볼 내부 직원들에게도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벤더사들은 최대한 정확한 제품을 가져올 수 있고, 내부 인원은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실험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그 목표라는 것을 정량화 하고 수치화 하는 게 좋다.

2) 내부 인원 중 베이크오프를 전담할 사람들을 뽑아 온전히 베이크오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베이크오프는 그냥 대강 프로그램 한 번 설치해 보고,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걸 확인하는 그런 게 아니다. 최소 며칠 동안 진득하게 사용해 보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담 인력을 배치하지 않으면 계약이 다 끝나고 나서 문제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3) 베이크오프 전담 팀을 뽑았다면 그 팀을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테크놀로지 베이크오프라는 게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고, 따라서 이런 일을 해본 사람은 어느 회사에서나 드물다. 전담 인력으로 뽑혔지만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게 지금 시점에서는 자연스럽다. 그러니 팀을 모아서 정확히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이 팀과 벤더사 사이에 이뤄지는 소통의 내용도 투명하게 유지해야 한다. 

4) 너무 많은 벤더사를 모집하지 말라. 베이크오프는 결선이지 예선이 아니다. 시장 조사와 제품 설명 및 상담을 통해 걸러낼 벤더사는 다 걸러내야 한다. 그렇게 예선을 몇 단계로 통과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은 소수의 벤더사들을 비교하는 게 베이크오프다.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실제 생산 환경에 구축됐을 때 능숙하게 사용해가며 실험할 수 있다.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 튜토리얼부터 진행하라고 베이크오프를 하는 게 아니다.

글 : 메리 섀클릿(Mary E. Shacklett), 회장, Transworld Dat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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